서울 서초동의 법조 타운은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아직 휴가 계획조차 잡지 못한 '일벌레형'이나 '눈치파'들이 있는가 하면 주말을 붙여 일주일을 화끈하게 쓰겠다는 '소신파'까지 가지각색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올해 부임한 초임 여판사 A씨는 일주일 풀로 휴가 계획을 짰다. 7월28일~8월8일(서울중앙지법,서울고등법원은 14일까지) 사이 휴정 기간에 맞춰 친구와 단 둘이 동유럽 쪽으로 여행을 갈 예정이다. 민사합의부의 배석 판사 B씨는 "일반 재판부는 일주일씩 가는 경우가 꽤 된다"며 "여판사나 단독 판사들은 특히 그런 케이스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장판사들은 대개 2~3일을 쓰거나 못 쓰는 경우도 많다.

반면 검사들은 대체로 휴가 계획조차 못 세웠거나 세워 놨어도 거의 가기가 힘든 형편이다. 각종 인지 수사와 고소 고발건이 쌓여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모 부서 부장검사 C씨는 올해 휴가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휴가는 무슨…"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 부서는 평검사들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부서 소속 검사 D씨는 "별로 기대도 안 한다. 가면 가는 거고，아니면 마는 거고"라고 말했다.

반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휴가를 꼭 즐기려는 사람도 있다. 모 부서 부장검사 E씨는 매년 아들과 함께 전국 배낭 여행을 즐긴다.

변호사들은 그나마 소신껏 휴가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대형 로펌이냐 소형 로펌이냐,개인 변호사냐에 따라 천양지차다. 소송 전문인 법무법인의 판사 출신 변호사 F씨는 "변호사가 판사보다 1.5배 정도 바쁜 것 같다"며 휴가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휴정 기간에는 밀린 '숙제'를 해 놓아야 휴정 기간이 끝난 뒤 편하다는 것.대형 로펌의 경우 규정상 휴가 기간이 2주일이지만 여름에는 통상 일주일을 쓴다. 개인 변호사 G씨는 "자영업자라서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돈"이라며 "길어야 3,4일 가거나 안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해성/박민제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