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의사 직까지 때려치우며 블로그 작업에 전념키로 한 재미교포 의사가 화제다.

주인공은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살고 있는 아널드 김씨.컬럼비아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뒤 의대를 나와 개업하고 있던 김씨는 최근 병원 문을 닫고 전문 블로거로서의 삶을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맥루머스닷컴(MacRumors.com)'.컴퓨터 회사인 애플에 대한 정보와 소문,뒷얘기 등을 전하고 분석하는 사이트다. 인터넷사이트 조사업체인 콴트캐스트에 따르면 매달 440만명의 네티즌이 사이트를 방문하며 한 달 40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기술 분야 블로그로는 최고의 인기 사이트로서 자리를 굳힌 셈이다.

김씨는 의대에 다니던 2000년 2월 이 사이트를 개설했다. 취미삼아 사이트를 운영한 게 발단이 됐다. 당시만 해도 블로그란 용어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대학 때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김씨는 뛰어난 프로그램 기술과 컴퓨터 지식을 바탕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그 정착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다소 비밀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애플의 공식 사이트보다 더 높은 신뢰와 권위를 얻고 있다. 애플의 공식 정보는 물론 각종 루머와 가십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 사이트는 반으로 잘린 사과 그림에 물음표를 형상화한 로고로 애플 관련 사이트임을 재치 있게 상징화하고 있다. 애플 관련 뉴스와 정보,설문 조사,아이폰 블로그,맥루머,소비자를 위한 안내,제품별 루머,향후 출시가 기대되는 제품에 관한 이야기 등 애플에 관한 모든 정보가 망라돼 있다.

그 결과 이 사이트는 '가장 가치 있는 25개 블로그' 중 2위에 올라 있다. 한 달 방문자 수가 300만명으로 이 사이트보다 한참이나 적은 사이트가 최근 2500만달러에 팔린 점을 감안하면 이 사이트의 가치가 얼마나 엄청난지를 알 수 있다. 아직 백만장자 블로거는 아니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평가다.

김씨가 의사를 그만두고 블로그에 전념키로 결정한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의사가 되기 위해 20만달러를 투자한 데다 개업의를 하면서 수십만 달러의 연봉을 벌어 왔다. 3년 전부터 자신의 사이트에서 구글 버라이즌 등의 인터넷 광고를 시작했지만 최근 불경기로 인터넷 광고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그렇지만 김씨는 14개월 된 딸과 함께 생활하면서 보다 충실하게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의사 직을 그만뒀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개업 의사 때의 연봉 수준은 번다"는 게 김씨의 귀띔이다.

김씨는 "의사인 아버지도 전문 블로거가 되는 것에 흔쾌히 동의했다"면서 "지난 8년간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소문은 틀린 것보다는 맞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