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대학증설과 지원학생 감소로 합격률 100% 육박

2008년 대만 대입 학력고사인 '지정과목고사'의 성적이 최근 발표된 가운데 대만 대학입학고사센터에서 '사상 초유'의 0점을 받은 학생도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고 발표해 대만 교육계가 시끄럽다.

이미 작년에 대학 합격률이 96.28%에 달하는 최고기록을 세우며 총점 600점 만점에 18점을 받은 학생이 대학에 합격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대만 교육부는 이에 따라 부랴부랴 각 대학마다 최저 입학 점수제도를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사립대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10개 대학 80개 학과만이 최저점수를 공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입학고사센터의 궈쿤황(郭곤<方+方+土>煌) 성적분석팀장은 2008년 학력고사 응시 상황에 대해 "올해 대입 학력고사 응시자는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지 못한 9만3천명"이라며 "올해는 대만의 69개 대학 158개 학과에서 시험 성적을 토대로 총 8만5천270명의 학생을 모집하며 합격률은 역대 최고인 98%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만약 90%의 작년 수험생 지원율로 계산하면 총 응시자 중 8만4천명만이 대학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돼 실제 합격률은 100%가 초과될 것"이라며 "이론적으로는 0점을 받은 학생이 입학 점수 커트라인이 없는 학교나 학과에 지원만 하면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리자퉁(李家同) 전 지난(濟南) 대학교 총장 또한 "중고등학교에서 배양되야 할 기초능력이 없는 학생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대학에 합격시키는 것은 '그 학생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당초 교육부의 대대적인 대학 승격 및 증설 정책은 착오였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한 대만 국립 칭화(淸華)대학교 왕톈거(王天戈) 교무처장도 "만약 이번 입시에서 0점짜리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면 그것은 '나라의 치욕'일 뿐 아니라 고금 동서를 막론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왕다융(汪大永) 밍다오(明道) 대학교 총장은 "18점을 받아 입학한 학생이 대학에 입학한 이후 실력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며 "저득점자의 입학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보조 교육을 통해 학생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는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대만은 매년 4월 일부 대학에서 고등학교 내신과 면접을 통해 입학 정원 일부를 선발하며 그 외에 수험생은 7월초 대입 학력고사격인 '지정과목고사'에 참가해 그 성적을 토대로 대학에 지원하고 있다.

최근 십수년동안 대만 교육부는 교육 기회균등과 보급을 주장하며 대학 승격 및 증설 허가를 적극 추진, 현재 대만 전국 총 대학수는 150개에 달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최근 수년간 대입 합격률도 90%를 웃돌아 이 같은 상황의 발생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이상미 통신원 yunf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