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과 주식시장 붕괴에 이어 주택담보대출 이자까지 급증하면서 중산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크게 오르자 이자 부담을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보험을 해약하고 예ㆍ적금을 깨 빚부터 갚는 등 '자산구조조정'을 시작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빚부터 갚고 보자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번 주 3년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를 지난주보다 0.23%포인트 높은 연 7.68~9.18%로 고시했다. 이는 역대 국민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가운데 최고치다. 1억원 대출자라면 1주일 전에 비해 이자를 연간 23만원 더 내야 한다.

은행권 주택대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변동금리형의 경우 국민은행은 지난주보다 0.11%포인트 높은 6.31~7.81%로 고시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연 6.45~7.75%와 연 6.55~7.95%로 각각 0.11%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자 보험이나 예·적금을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영업 중인 23개 생명보험사의 보험해약 건수는 올 1~3월(2007회계연도 4분기) 121만112건으로 전 분기에 비해 4.7%가량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 계약은 7년 내에 해지하면 계약자가 낸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한다"며 "이를 알면서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해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예ㆍ적금 중도 해약 건수가 올해 상반기 54만900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4000여건 늘었다.

◆급전 마련 대출도 늘어

은행에 넣은 예ㆍ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국민은행의 예ㆍ적금 담보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2조7311억원으로 전달보다 460억원 늘었다. 5월 증가액 29억원에 비하면 16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신한은행의 예ㆍ적금 담보대출 잔액도 지난 3월 말 8221억원에서 7월16일 현재 8341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권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 증가액도 4월 1조원에서 5월 1조2000억원,6월 1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를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서 카드 결제 금액이 늘어나자 이를 결제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인파산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올 상반기 6만847건으로 집계됐다.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2004년 1만2317건에서 2005년 3만8773건,2006년 12만3691건,2007년 15만4039건으로 계속 늘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증가세가 주춤하지만 2005년 이전보단 높은 수준이다. 개인채무자 회생 신청 건수는 올 상반기 2만2910건으로 작년 연간 5만1416건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