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스마트 미터' 달아 전기절약…5년만에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친환경 도시의 성공이 영국의 환경 정책을 바꾸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주택 에너지효율을 높여 지난 5년간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인 도시 호브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영국 런던에서 남쪽으로 74㎞ 떨어진 해안 마을인 소도시 호브가 최근 영국에서 성공적인 녹색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호브의 주택 대부분은 빅토리아풍의 100년 이상 된 건물들로 에너지 효율이 지극히 낮았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이 몇 년 전부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주택 개조를 시작했다.

지붕 한 쪽 면에는 단열재를 깔아 난방 효율성을 높이고 다른 한 쪽 면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더운 물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북향이던 창문을 남향으로 바꾸고 창틀도 열 손실이 적은 제품으로 바꿨다. 전등도 절전형 전구로 교체했다.

집안에서 얼마나 많은 전력을 쓰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게 거실 벽에 '스마트 미터'도 달았다. 컴퓨터를 켜면 스마트 미터가 400W를 나타내고 전등을 끄면 숫자는 250W로 줄어든다. 이렇게 전자제품 각각의 전력 사용량을 의식하면서 주민들은 전기 사용을 줄여 나갔다. 전기를 적게 사용해 전기료를 적게 내고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도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친환경 주택 개조의 성공 노하우는 주변 이웃들과 공유되면서 '에코-오픈 하우스 프로젝트'로 발전해 나갔다.

주민들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호브는 지난 5년간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며 녹색 마을의 표본으로 영국에 널리 알려졌다.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로 카본 트러스트의 미샤 휴이트는 "막대한 돈을 들여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기 등을 갖춘 교외의 저택만 친환경 주택은 아니다"며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감하며 돈을 절약할 수 있게 주택의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브가 속한 브라이튼시는 지난해 영국 미래연구그룹 포럼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 1위에 선정됐다. 브라이튼시 공무원들은 탄소 배출 감소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2012년 4월까지 탄소 배출을 2006년 수준에서 20% 줄이기로 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더불어 개인 주택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지원하기 위해 '에코-오픈 하우스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섰다.

호브의 성공 사례는 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전력 사용량을 알려 주는 '스마트 미터'를 올해 모든 개인 주택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5년 내 모든 중ㆍ대형 기업에도 달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보수당 당수인 데이비드 카메론은 "스마트 미터는 사람들의 에너지 이용 습관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