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 예상밖 성장세를 유지해온 미국 경제가 하반기엔 W자형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인플레이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가운데 주택가격 하락과 금융 불안,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이라는 세 마녀가 미국을 또 다른 경기침체의 늪으로 몰아넣는 형국"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정확히 어느 국면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신용위기가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어스턴스에 대한 구제조치가 나왔을 때 최악의 상황을 지난 것으로 판단했는데,다시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는 등 신용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위기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실물경제 악화가 다시 금융시장을 위축시키는 등 미국 경제가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 수도 있게 된다.

경기가 침체되면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결국 주택가격과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택가격 하락이 이어지면 금융회사들은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 보유로 인한 추가 손실로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금융사들은 좋은 투자 기회가 있어도 자본확충에 대비해 투자를 꺼릴 뿐 아니라 대출까지 줄인다.

리처드 버너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더블딥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와 세금 환급을 통한 소비진작 정책 덕분에 상반기 미국 경제가 난관을 이겨왔지만 앞으로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을 맞을 것이란 얘기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재무장관)는 "신용위기가 실물경제에 주는 결정적인 충격은 앞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하반기 미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다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주택시장 및 금융시장도 점차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 경기가 살아나면 미국 경기가 선순환 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서고 금융사 건전성도 강화돼 신용위기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