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을 흩뜨리는 비와 바람,몸을 움츠리게 하는 추위,무릎까지 올라오는 러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은 올해도 궂은 날씨와 까다로운 코스셋업으로 자연과의 힘겨운 싸움을 예고했다. 첫날 경기에 임한 154명의 선수 가운데 언더파를 친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세계랭킹 10위 내의 내로라하는 우승후보들 가운데 무려 3명이 9∼10오버파를 치며 탈락위기에 빠졌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계) 선수 2명은 공동 15위권으로 선전했다. 최경주(37ㆍ나이키골프)는 17일 밤(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GC(파70)에서 막을 올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4개를 묶어 2오버파 72타를 쳤다. 비록 오버파 스코어지만,첫날의 악조건으로 볼 때 무난한 출발이다. 선두권과는 3타차로 남은 사흘 동안 얼마든지 치고 올라갈수 있는 위치다.

최경주는 가끔 롱샷이 목표에서 벗어났지만,퍼트감은 크게 흠잡을데 없었다. 전반을 이븐파(버디1 보기1)로 마무리하며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린 최경주는 후반 들어 샷이 흔들리고 퍼트 성공률이 떨어지면서 오버파로 내려앉고 말았다. 특히 10번홀(파4)에서 약 1m거리의 파퍼트를 놓친 것과 단 두 개밖에 없는 파5홀(15,17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최경주는 "1999년 커누스티에서 열렸던 대회 3라운드 이후 가장 힘들었던 날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최경주는 81타를 쳤다.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기도했다는 최경주는 "후반에는 바람이 너무 불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10번홀에서는 165야드를 남기고 3번아이언으로 쳤는데도 30야드가 짧았다"고 털어놓았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23ㆍ나이키골프)도 2오버파(버디3 보기5) 72타로 최경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크호스임을 입증했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것을 감안하면 그의 첫 라운드 스코어는 좋은 편이다.

한 달 전 US오픈에서 우즈와 승부를 펼친 끝에 2위를 차지한 로코 미디에이트(미국)를 비롯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로버트 앨런비(호주)가 1언더파 69타로 공동 1위에 나섰다.

왕년의 '테니스 스타' 크리스 에버트와 최근 결혼해 화제를 모은 그레그 노먼(53ㆍ호주)이 이븐파 70타로 공동 4위에 올라 노익장을 과시했고 레티프 구센(남아공),짐 퓨릭(미국),마이크 위어(캐나다) 등 메이저 챔피언들은 1오버파 71타의 공동 7위로 선두를 추격하고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