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종횡가의 비조로 알려진 귀곡자(鬼谷子).기원 전 5~4세기에 실존했다는 인물인데 이름처럼 기이하고 신비한 행적을 많이 남겼다. 하늘의 움직임이 손 안에 있을 정도로 천문과 수학에 정통했고 귀신도 예측하지 못하는 병법을 터득했으며 유세학에 뛰어났다고 한다. 합종 연횡으로 유명한 소진과 장의,손빈병법을 쓴 손빈과 명장 방연을 제자로 두었지만 오는 사람을 막지 않고 가는 사람을 잡지 않는다는 독특한 철학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귀곡자》는 그가 쓴 동명의 전략서에 제시된 '사람의 마음을 얻고 일을 성취하는 비결'을 소개한 책이다. 50여 가지 고사와 100여 명의 인물을 통한 협상과 설득,작업의 도모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출사에서 최후의 결단까지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책략이 구체적이고 강력하다.

'경쟁자의 본심을 파악하려면 그가 기뻐할 때 욕망을 부채질하라.상대가 몸을 떨면 그 두려움을 극대화시켜라.또 상대가 품격이 높다면 그가 가진 것을 다 쓰게 하라.기백이 넘치는 자에겐 어려운 일을 시켜라.비범하고 센스가 있다면 트릭을 쓰기보다는 높은 목표를 주어 공을 세우게 하라.말을 조심하라.특히 병든 말,분노의 말,흥분의 말을 삼가라.'

신선으로,노자의 길동무로,길흉화복을 점치는 사주(四柱)의 창시자로 혹은 풍수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귀곡자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유가에 의해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서운 책'으로 홀대받았지만 자신은 읽되 남에겐 권하기 싫은 책,중국의 역대 정치인들이 숨어서 읽었다는 책이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