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에서 배우는 경영 전략...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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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배는 닻을 걷고 일단 항구를 벗어나면 완벽하게 세상과 단절된다. 그곳은 승선을 선택한 사람들만의 고립된 세계이며,거기서 일어나는 사건과 갈등은 그들 말고 달리 해결을 기댈 데가 없다. 일치하는 것은 오직 목적지 항구에 무사히 닿아야 한다는 공통 목표다. 그래서 '한 배에 탔다'는 말은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상대와 뭔가 손잡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빗대 쓴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가 '오월동주(吳越同舟)'임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2005년 12월18일 오후 한 소형 범선이 스페인 라스팔마스 항을 출항했다. 목표는 쿠바의 아바나 항.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만만찮은 여정이다. 중년의 기업인 엔리케 부자(父子)의 의기 투합으로 시작된 항해에는 모험가,소심쟁이,말썽꾼,활달한 여성 등 4명이 선원으로 참여한다. 성격과 배경이 서로 다른 이들을 태운 모히토호(號)는 18일간의 항해 끝에 해를 넘겨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한다.
이 책은 이런 가상의 항해 일지를 바탕으로 조직의 리더십과 팀워크의 현장 모습을 다룬 이야기체 경영 전략서다. 선원 선발,즉 인재 선택 및 배치에서부터 커뮤니케이션과 위기 대응,자기계발 노하우 등 매일 한 가지씩 모두 18가지 주제를 다뤘다.
이 책의 덕목을 하나 꼽으라면 미국식이 지배하는 이 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유럽 태생이라는 것.저자는 스페인에서 나고 공부를 마쳤으며 줄곧 거기서 활동 중인 '스페인 토종' 경영 컨설턴트다. "현명한 삶의 자세는 파도와 격랑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런 불가항력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잠시 흘러가는 것"이라는 지적은 미국과 다른 유럽의 시각을 잘 보여 준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