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처럼 커다란 주도 없다. 호주 서쪽 3분의 1이 서호주다. 땅 크기는 한국의 33배나 되는데 사는 사람은 210만 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150만 명이 주도인 퍼스에 몰려 있다. 퍼스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거의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지란 뜻이다. 호주의 오지를 말하는 아웃백 체험을 기대하는 이들이 서호주로 향하는 이유다.

서호주 아웃백을 대표하는 곳은 서호주 최북단의 킴벌리 지역이다. 아는 사람들은 올겨울 개봉 예정인 니콜 키드먼 주연의 블록 버스터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의 촬영이 이루어진 곳으로 기억한다. 이 킴벌리 지역의 푸눌룰루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벙글벙글'의 지형이 그렇게 신비로울 수 없다.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연상되는 이름의 벙글벙글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아웃백 체험을 선사한다.

2억5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벙글벙글은 원래 바다 속이었는데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2000만 년 전에 지금의 모습으로 남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오렌지색 바탕에 검은 띠를 두르고 있는 수천 개의 벌집과도 같은 형상의 지형으로 인해 매년 수많은 사진 작가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벙글벙글은 20세기 후반까지도 미지의 땅이었다. 우연히 이곳 인근을 촬영하던 방송사의 카메라에 잡힌 1983년에야 알려지게 됐다고 하니 오지도 그런 오지가 없다. 1987년 푸눌룰루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200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올랐다.

벙글벙글은 아직도 방문객들에게 자신의 성역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퍼스에서 카나나라까지 국내선을 타고 가서 다시 경비행기에 오르거나 거친 육로를 따라야만 도착할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육로를 따르는 게 좋다. 시드니의 9배 규모인 인공호수 '아가일'과 옐로 다이아몬드,핑크 다이아몬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광산인 아가일 광산을 지나면서 아웃백의 풍광을 가슴에 담을 수 있어서다. 푸눌룰루 국립공원 북쪽에는 깊게 갈라진 지형의 '에치드나 캐즘'이 자리하고 있으며 남쪽의 '캐더드럴 협곡'은 주차장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가벼운 하이킹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좀더 강한 아웃백 체험을 원하는 이들은 왕복 18㎞ 코스인 '피카니니 협곡' 길을 따라 꼬박 하루의 트레킹에 나서기도 한다.

이들 깊은 협곡의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눈앞에서 시시각각 달리 펼쳐지는 자연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높고 푸른 하늘 그리고 강렬한 색감과 형상의 벙글벙글이 빚어내는 풍광이 마치 그림엽서 같다. 바위지형의 협곡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예술 갤러리를 방문해 이곳 분위기가 가득한 아보리진 원주민들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벙글벙글은 이 외에도 600여 종의 식물과 130여 종의 조류가 살고 있는 생태보전지역으로 생태 관광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벙글벙글 여행의 최적기는 4월부터 12월까지.공원 안에서의 취사는 엄격히 금지되며 지정된 캠핑 사이트에서만 머물 수 있다. 현지 여행사를 통하면 고급 사파리 텐트에서 밤을 지새며 원주민 체험을 할 수 있다. 하늘 가득 주먹 만하게 박혀 있는 별빛 샤워도 벙글벙글을 찾는 이들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