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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 만능주의'에 빠진 행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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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연 법제처장은 17일 "기업과 국민의 경제활동을 발목잡는 정부 부처의 내부 규정이 1만1275건에 달한다"며 "한 부처의 국이나 과가 할 일이 없어지더라도 법률 개폐(改廢)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태평로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이 법제처장은 "행정부처들은 국민을 돕는다면서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법률 만능주의적 사고에 빠져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헌법에는 국민의 권리나 의무에 관한 사항은 부처의 훈령이나 예규 고시 등으로 제한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도 장관 등이 정하는 각 부처 내부 규정은 기업 활동이나 국민의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법제처장은 부당한 부처 내부 규정에 의한 경제활동 간섭의 대표적인 예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들었다. 그는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된 것은 최소한 법률에서 위임받아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하는데 국세청이 세무조사 기간을 내부 규정으로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국세기본법 제81조에는 '세무조사 기간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규정만 있는 반면 국세청 내부 규정인 훈령 16조에는 사업 규모별 세무조사 기간이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이 법제처장은 "국민들은 내부 규정을 몰라 언제 세무조사 기간이 끝나는지 알 수 없고,중소기업들은 세무조사 중에 부도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 세무조사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기간을 명시해 국민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처 내부 규정으로 사회문제가 야기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2006년 당시 문화관광부에서 내부 규정에 '오락장에서 상품권을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바람에 성인오락장이 도박장으로 변질해 '바다이야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법제처장은 "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규제 완화를 화두(話頭)로 꺼내들었다"며 "그럼에도 규제가 제대로 혁파되지 않는 것은 소관 부처의 의식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부처들은 관련 권한이 줄어들 것을 염려해 정말 규제 혁파가 필요한 것은 장기 검토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법제처장은 "공무원들은 내부 규정을 운영하는 이유로 오래된 문제라거나 각 부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지만,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며 "어느 부처든 권한 제일주의에 함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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