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미래] <6> JP모건체이스 (下)본사는 없다‥10억弗투자도 본사 승인없이 결정
#사례1=JP모건체이스의 PI(Principal Investmentㆍ자기자본투자)부는 최근 한국의 한 타이어 회사 중국법인에 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컨퍼런스 콜을 소집,투자심의를 요청했다. 투자 회사에 대한 브리핑 자료는 회의 이틀 전 이메일로 보낸 상태였다. 이 회의에는 여신심사총괄(Credit Head),자기자본투자총괄(PI Head),아시아 회장,본사 리스크담당 총괄,한국 대표 등 5명이 들어왔다. 회의 자료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과 투자기업 현황,위험요인에 대한 몇 가지 질문과 토론이 오갔다. 회의는 한 시간 만에 끝났고,투자는 곧바로 집행됐다. JP모건체이스 관계자는 "투자승인을 받기 위한 회의라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위험요인들을 점검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사례2=임석정 JP모건 한국 대표는 매일 오후 4시15분이면 홍콩의 아시아본부로부터 2페이지의 리포트를 이메일로 받는다. 홍콩 증시가 폐장한 뒤 15분후 JP모건체이스가 아시아 전 지역에서 보유한 금융자산의 잔고와 하루 손익을 요약한 손익계산서다. 외환거래와 주식,채권 매매를 통해 하루 동안 얼마를 벌고 잃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물론 한국 지점의 손익 결과도 들어 있다. 제이미 다이몬 JP모건체이스 CEO도 매일 4시15분 자신의 뉴욕 집무실에서 똑같은 양식의 2페이지 보고서를 받는다. 여기에는 아시아를 포함,전 세계 지점들의 손익과 리스크 관리 상황이 요약돼 있다. 임 대표는 "4ㆍ15(four-fifteen)리포트를 통해 회장뿐만 아니라 각국의 대표들까지 책임있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의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은행의 미래] <6> JP모건체이스 (下)본사는 없다‥10억弗투자도 본사 승인없이 결정



JP모건체이스는 전 세계 60개국에 직접 진출해 있고 주요 기관ㆍ기업 고객만 해도 100여개국에 걸쳐 3만개가 넘는다. 직원 수가 18만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조직이다. 자칫 비대한 '공룡'이 되지 않도록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높이는 데 조직 운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욕 런던 홍콩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지역본부 간 24시간 의사소통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 승인을 뉴욕에 요청하고 기다리다보면 시차 때문에 하루가 날라갑니다. 주요 결정권이 본사에 집중되는 조직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크리스틴 렘카오 IB부문 마케팅 총괄)

JP모건체이스에는 실제로 '본사'라는 개념이 없다. 투자 결정도 철저히 지역 단위로 이뤄진다. 10억달러의 투자결정도 최고경영회의의 승인 없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내려진다. 컨퍼런스 콜을 소집하는 것도 '본사의 승인'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험요인들을 여러 측면에서 철저히 따져보기 위해서다. JP모건체이스 관계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토론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헤드와 로컬이라는 구분은 없다"며 "내부적으로도 '이건 본부에 보고할 사안'이라는 개념도 없다"고 말했다.

뉴욕 본사의 역할은 세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실체일 뿐 전 세계 지역 총괄이나 각국의 지점을 관할하는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런던에서는 4000여명의 직원이 JP모건체이스에서 체결한 외환거래를 일괄 처리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직원1000명이 JP모건체이스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결제처리를 전담하고 있다. 프로젝트별로 투자 유형과 지역,고객에 따라 각 사업부문과 지역 대표들이 수시로 협의해 결정하고 있으며,본사는 지역의 요청이 있을 때 투자결정 회의에 참여해 조언하는 대기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JP모건체이스가 현지 위주로 영업이 이뤄지는 것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는 '현지 채용'이라는 말 자체를 이 회사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필요한 인력을 현지에서 모두 채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현지'와 '본국'을 나눠 채용을 구분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 지점에는 미국인이 단 한 명도 없고 홍콩의 아시아태평양 총괄본부에도 마찬가지다. 개비 압델누어 아시아태평양 회장의 국적은 레바논이다. JP모건체이스 한국지점의 강소영 부장은 "지역사정과 법규에 능통한 전문가를 뽑을 뿐"이라며 "본사에서 관리자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이 회사에서는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날 그날의 영업성과를 나타내는 요약 손익계산서를 통보하는 것은 지역별로 성과 위주의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각 지역에 모든 것을 맡기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펴지만,그 평가는 모두에게 공통되는 '수익'과 '위험관리'로 함으로써 조직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직원에 대한 대우는 성과평가 위주로 이뤄진다. 좋은 업무평점을 받은 직원들을 보수와 승진에서 철저히 우대하고,나이에 관계없이 임원으로 승진시킨다. 한 번 입사한 직원들은 가능한한 오랫동안 고용한다는 동양식 고용문화도 JP모건의 특징이다.

뉴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