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칼리성 식품이 몸에 좋다는 비과학적인 이야기가 지금은 상식인 양 통하고 있다. 알칼리수도 웰빙음료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이 또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있다.

음이온수,수소환원수 등으로 불리는 알칼리수는 최근 이를 만드는 정수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실체가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알칼리수란 물속의 수소이온 농도를 나타내는 pH가 중성인 7보다 높은 물을 말한다. 보통 전해조에 물을 넣고 음극과 양극 사이에 격막을 설치한 다음 직류 전기를 흘리면 음극에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나트륨 등의 금속 알칼리성 양이온과 수소 양이온이 모이는데 이를 알칼리수라고 한다. 음극에 모인 양이온을 가진 염기성을 띠는 물이므로 '음이온수'라고 부르지만 비과학적인 용어다. 음극에 수소 양이온이 모이므로 수소환원수(수소활성화수)라 부르는 이도 있다.

알칼리수는 pH가 7.4∼8.5 범위인 약알칼리수와 pH 8.5∼10.0범위인 강알칼리수로 구분된다. 약알칼리수의 효능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나 관련 업체 기업인들은 약알칼리수가 소화불량,만성설사,위장 내 이상발효,위산과다,변비 등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식약청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는 "알칼리수가 물의 구조를 치밀하게 해 육각수 구조를 만들거나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이를 꾸준히 마실 경우 산성화된 체질이 알칼리성으로 바뀌고 외부의 자극이나 교란으로부터 생체를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람 혈액의 pH는 인종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중성에 가까운 7.4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0.2 정도만 바뀌어도 생명이 위험해진다. 이 때문에 우리 몸에는 혈액의 pH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정교한 화학 장치가 있으며 어떤 음식을 먹어도 즉각 이를 중성에 가깝게 중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산성 음식과 알칼리성 음식을 따지는 게 무용하다. 어차피 위액은 강한 산성이기 때문에 식품의 산-알칼리성 여부는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최종 대사물질의 산성도가 혈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다. 다만 음식의 고른 섭취와 일방적인 산성화를 막기 위해 채소 등 알칼리성 식품을 먹을 필요성은 있다. 마시는 물의 pH는 5.8∼8.5 정도가 적합하다. 그 이하의 강산성이나 그 이상의 강알칼리성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정수기 업체들은 양극에 모인 산성수는 살균 및 표백,세안 및 목욕(피부는 약산성이 최적),벌레 물려 가려운 곳이나 피부 상처에 쓰라고 광고한다. 음극에 모인 약알칼리수는 물 입자가 작아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고 유해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역할을 하므로 밥 지을 때,차를 끓일 때,숙취에서 깨어날 때,요리하거나 술 또는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하면 유용하다고 전파한다. 또 강알칼리수는 세탁물 식품 주방용품 싱크대 등의 살균 소독 악취제거 등으로 활용하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알칼리수의 의학적 효과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진하므로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음이온 발생 공기 청정기는 구리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대전판에 5000∼7000V의 고전압을 가해 음이온이 방출되도록 유도한 기구다. 음이온은 자연계에서 낙차가 큰 폭포수나 물살이 빠른 계곡,파도치는 해변,활엽수림보다는 침염수림에서 많이 발생한다. 건조하고 오염된 공기에서는 양이온이 많은 반면 이들 자연계에서는 공기 1㏄당 800∼2000개의 음이온이 분포한다. 음이온은 면역글로불린 단백질의 양을 증가시켜 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고 뇌내 α파를 활성화시켜 긴장상태나 편두통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세로토닌이나 히스타민 같은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천식 등 호흡기질환이나 알레르기성 질환에 효과적인 것으로 연구돼 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음이온 공기청정기 중 음이온 발생량을 정확하게 측정한 것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음이온이 발생하더라도 공기 중에 양이온과 결합해 쉽게 중화되기 때문에 광고내용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음이온을 통해 건강을 추구하려면 음이온 발생장치보다는 음이온이 많이 나오는 자연을 자주 찾는 게 더 바람직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오상용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산업의학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