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의 조정이 길어지자 화랑과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이 당분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화랑들은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 아트페어(8월29~31일)를 비롯 싱가포르 아트페어(10월9~13일),중국 상하이 아트페어(9월10~13일),홍콩아트페어(10월4~7일) 등 굵직한 해외 미술 '장터'에 대거 참가하는가 하면 작가들도 해외 기획전을 통해 '이름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표 참조

화랑들이 하반기에 국내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몸집'을 불려온 데다 해외 미술품을 대거 수입해 온 상황이어서 불황이 장기화되면 적자 경영이 우려된다는 점을 감안,아예 해외시장 쪽으로 마케팅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 지역 최초의 '아시아 톱갤러리 호텔아트페어'에는 국내 화랑 30여곳이 참가한다. 국제갤러리를 비롯 가나아트센터,학고재화랑,금산갤러리,동산방화랑,박영덕화랑,카이스갤러리,한국미술센터 등은 해외 인기 작가뿐만 아니라 국내 원로ㆍ중견에서부터 30대 신진에 이르기까지 200여명의 작품 600여점을 전시 판매한다. 화랑별로 호텔 객실을 전시장으로 꾸며 10~30점씩 그룹전 형식으로 보여준다. 주요 참여 작가는 이종상 송수련 김근중 김동유 김덕용 민병헌 김충식 이재삼 양만기 조정아 이사라 안성금 김창영 지석철 송혜림 이광수씨 등이다.

오는 10월9~13일 싱가포르 센텍컨벤션센터에서 펼쳐지는 싱가포르 아트페어에도 예화랑,박영덕화랑,선컨템포러리,이화익갤러리,박여숙화랑,백송화랑,인사갤러리 등 20여곳이 국내 20~60대 인기 작가 100여명의 작품 500여점을 들고 나간다. 환금성이 좋은 인기 작가 작품과 참신한 소재의 신진 작가 작품으로 싱가포르 미술 애호가들을 공략할 방침이다.

갤러리현대와 국제갤러리,표화랑,가나아트갤러리 등 국내 초대형 화랑들은 상하이 아트페어에 참가해 해외 화랑들과 판매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중국 시장에서 독창성을 인정받을지 주목된다.

영국 경매회사와 손잡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는 화랑도 있다. 신생 화랑 H존은 경매회사 필립스 드퓨리와 공동으로 오는 10월29일부터 11월5일까지 '문 제너레이션(Moon Generation)'을 주제로 한국 작가 기획전을 열고 11월6일에는 경매도 실시할 예정이다. 고 백남준을 비롯해 배병우 김수자 지용호 김준 등 한국 작가 30여명의 작품 200여점을 출품하며 일부 주요 작품은 뉴욕과 모스크바에서도 프리뷰 전시를 갖는다. 영국에 모여든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한국 현대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고 유럽의 틈새 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20~40대 작가인 김유선 김택상 박지훈 석철주 신기운 이수경 임태규 정연두 홍수연 황혜선씨 등 10명은 아일랜드 팜레이갤러리에서 그룹전을 열고 있으며 다음 달 24일까지 계속된다. 또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은 이달 중 홍콩에 지점을 내고 오는 10월 첫 경매 행사를 열어 홍콩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이현숙 한국화랑협회장은 "세계 미술시장이 글로벌화된 만큼 국내 화랑과 작가들이 직접 해외시장을 돌며 마케팅을 벌이는 것 같다"며 "이 같은 해외시장 진출은 침체에 빠진 국내 미술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