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충전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워진 건가요?"

최신형 휴대폰을 산 소비자들은 배터리를 충전하려 해도 충전기에 끼우는 젠더(연결 잭)가 없어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최근 1~2년 새 나오는 휴대폰은 20핀(삼성전자),18핀(LG전자),14핀(팬택계열) 등 제조업체별로 각기 다른 충전 단자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지난해 11월 이동통신사,휴대폰 제조사들과 함께 새로운 20핀 충전 단자를 표준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TTA의 표준 권고안은 △기존 24핀(폭 16.3㎜,두께 3㎜)짜리 외부 충전단자를 20핀(폭 11.1㎜,두께 2.6㎜)으로 축소하고 △제조사별로 다른 이어폰 단자도 통일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 1월부터 이 규정이 적용됐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제대로 지키는 곳은 없다. 지난달 팬택계열이 내놓은 터치스크린 휴대폰 '러브 캔버스'가 처음으로 20핀 표준을 따랐을 뿐이다. 팬택은 지난달 말 TTA로부터 표준 20핀 규격에 맞는 충전기 TC-820을 인증받기도 했다.

휴대폰 제조사가 20핀 표준을 따르지 않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충전 단자는 대부분 협력 업체에서 부품을 만드는데 생산 시스템을 바꾸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휴대폰 크기나 디자인 등을 바꾸다 보면 표준을 따르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항변도 한다.

하지만 사용자 편의를 생각한다면 충전기와 단자를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젠더는 갖고 다니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크기가 작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조사들도 조금씩 표준을 따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팬택에 이어 다음 달께 20핀 표준에 맞춘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TTA 표준은 강제성이 없어 업체들이 모든 생산 모델에 이를 확대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휴대폰 전문 커뮤니티의 한 네티즌은 "휴대폰마다 다른 젠더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소비자만 불편한 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자원 낭비"라며 "하루 빨리 충전 단자를 통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