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만 탓할 수 없어요.

남의 탓만 하면 경영 위기는 언제든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노사가 하나가 돼 직접 판촉 활동에 나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겁니다."(박정열 노조위원장)

솔표 우황청심원으로 유명한 솔표조선무약의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전 임직원이 고유가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길거리 판촉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이 회사 노사는 9일 경영난을 타개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노조원 193명 전원을 포함,총 250여명의 임직원이 본사 공장 앞에 모여 '전 사원 판매사원화'라는 노사 공동 캠페인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캠페인을 통해 최고경영자(CEO)인 박종환 경영위원장과 박정열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경영진 및 노조 집행부 등 전 임직원은 3∼4명씩 조를 짜 지역을 분담한 후 근무시간과 퇴근 후,주말 또는 휴일을 이용해 약국과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협력 업체 등 거래처를 순회하며 판촉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자사 제품에 대한 수요자의 의견과 불편 사항을 듣는 시장 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 밖에 '1인 2역 담당' '불량률 제로 운동' '사내 자원절약 운동' 등 불황 극복을 위한 다각적인 경영 효율화 방안도 전개하고 있다.

조선무약 노사가 위기 극복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회사가 위기에 닥쳤을 때 노사가 구사운동을 함께 벌여 경영 안정을 되찾은 적이 있다.

1952년 설립된 조선무약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라는 명창 박동진 선생의 광고문구로 유명한 솔표 우황청심원을 비롯 위청수,쌍감탕 등 낯익은 제품으로 한방제약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기업.그러나 2000년 8월 부도 이후 노조가 사주를 감금 협박하고 경영권을 탈취하는 등 혼란에 빠졌으나 1년 후 검찰이 당시 노조위원장을 구속하면서 경영권을 되찾게 됐다.

그후 2002년 새로 조직된 노조 대표가 참여하는 노사경영위원회를 만들어 회사 경영을 이끌어 나가면서 노사 전원이 참여하는 구사운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덕분에 2004년 3월 대법원으로부터 화의인가를 이끌어 냈고 200억원대로 뚝 떨어졌던 매출을 2005년부터 300억원대로 끌어올리는 등 노사 협력으로 경영 정상화를 일궈냈다.

박종환 경영위원장은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노조원들이 적극 나서 난국을 극복해 나간 적이 있어 이번 전 사원 판촉 활동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정열 노조위원장도 "불황 극복에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이번 위기를 꼭 극복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