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A로펌과 B로펌의 합병이 화제였죠.A로펌은 지식재산권에 전문성이 있고 B로펌은 형사사건을 잘하던 곳이죠.그리고 요즘 정유업계의 고민은 무엇이냐면…."

지난해 1년간 자동차 289대를 팔아 7년 연속으로 현대자동차 판매왕을 차지한 최진성 차장(42)은 자동차 세일즈맨이라기보다는 '만물박사'였다. 자동차에 관한 것은 기본,한번 말문을 열자 최신 뉴스에서부터 시장 상인들의 일상사까지 막힘이 없었다.

차를 많이 팔기 위해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고객을 만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주제에 대해서든 한두 마디쯤은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매일 아침 신문을 읽으면서 각 분야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업데이트해 두는 게 그의 주요 일과 중 하나다.

"만나자마자 자동차 사라는 얘기부터 할 수는 없잖아요. 의사를 만나면 먼저 병 고치는 얘기를 해야 되고 상인을 만나면 장사하는 얘기부터 꺼내야죠."최 차장이 오토바이 한 대와 승용차 세 대를 번갈아 타고 다니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그는 소형차 클릭과 중형차 쏘나타,준대형차 그랜저를 갖고 있다. "소형차를 사려는 고객을 만나는 자리에 제가 그것보다 훨씬 비싼 그랜저를 타고 가면 고객이 저를 어떻게 보겠어요. "

차종에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기에 편리하고 고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최진실'이라는 가명을 쓰는 것도 고객에게 쉽게 기억되기 위한 그만의 전략이다.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영업대통령 최진실입니다'라고 인사하면 누구나 쉽게 기억한다는 것.

"영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교복이나 연미복을 입고 다니기도 하고 밤무대 가수들이 입는 반짝이옷까지 입어 봤어요. 그런데 너무 튄다는 지적이 있어서 몇 년 전부터는 나비넥타이를 하고 다닙니다. "

최 차장은 모든 것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판매왕의 첫 번째 비결이지만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히 '노(no)'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분명히 해야 고객이 실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객의 요구에 대해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 못해 주면 고객이 불만을 갖습니다. 차라리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한 다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성심성의껏 해 주면 되는 것이죠."

하루에 고객을 40~50명씩 만나고 다니는 영업사원 생활이 너무 고달프지는 않을까. "보통사람들은 술 마실 것 다 마시고 놀러다닐 것 다 다니면서 말로는 바쁘다고 합니다. 반면에 하고 싶은 것을 조금만 포기하면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여유도 훨씬 많아지죠.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도 그런 겁니다. "

글=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