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외국인 매도공세와 꺾일 줄 모르는 유가 급등세 등으로 코스피 지수가 어느새 1500선까지 내려왔다.

과매도권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매수 주체인기관의 매수세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이다.

보통 기관 매수에서 프로그램 차익 매수 규모를 뺀 금액을 순수 기관 순매수 규모로 보는데, 지수가 1800선 아래로 밀린 지난 6월10일부터 지난 4일까지 차익매수물량을 제외한 기관의 순수 매입규모는 약 2조247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약 1조7860억원으로 집계되는 주식형 편드의 순유입금액을 제외하면, 이 시기에 기관이 순매수한 금액은 4617억원에 그친다.

펀드 순유입금액 정도를 어쩔 수 없이 사들인 것 외에는, 기관이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추리가 가능한 수치다.

이에 대해 하나대투증권의 서동필 애널리스트는 “기관이 주식을 사고는 있지만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관이 시장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5월 반등 시기에는 기관이 하반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업종별 순환매를 보이는 등 매수세가 살아나 지수를 1900선까지 끌어올렸지만, 지금은 기관투자자들이 그때와 달리 자신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1650선 정도를 지수의 하단으로 보고 있었는데, 1500선으로 밀리면서 더욱 위축된 것 같다는 분석이다.

서 애널리스트는 “저가 매수에 나설 만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지만, 펀드매니저들은 누가 먼저 매수에 뛰어드는지 서로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고양이 목에 누가 먼저 방울을 달지 지켜보고 있는 셈이랄까.

한국투자증권의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계속 팔고 있고, 글로벌 증시가 모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기관이 선뜻 매수에 손을 못 대는 듯하다”며 “지수가 낮긴 하지만 다들 지금이 저점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