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대세론' 단일화 바람 잠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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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6일 진행된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는 정세균 후보가 1위를 차지해 앞으로 2년간 제1야당을 이끌게 됐다.
당 주류인 열린우리당계와 전ㆍ현직 386의원 등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아 선거 초반부터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선두를 달린 결과다.
◆민주당도 안정 택했다
변화를 내세운 정대철 추미애 후보 대신 화합을 내세운 정세균 대표가 60%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당심(黨心)'은 열린우리당계와 옛 민주당계의 통합을 이룩한 지 얼마 안 되는 당의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7대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던 열린우리당이 리더십 부재와 당내 분열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데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던 추 후보는 일반인 여론조사 없이 대의원 투표만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경선 방식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선거 이틀 전 최종 합의를 도출한 정대철 추미애 후보의 단일화도 기대만큼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했다.
◆국회 정상화가 첫 시험대
정 대표는 우선 39일째 공전하고 있는 국회 정상화 과정에서 처음으로 역량을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일각에서는 정부가 쇠고기 추가 협상 결과를 내놓고 한나라당이 이와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한 상황에서 국회 복귀를 계속 미룰 명분이 없어 정 대표가 금주 중 전격 등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등원과 지도부 교체는 별개의 문제다.
한나라당이 가축법 개정에 동의해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도 관심사다.
정 대표는 당내 주류인 실용성향의 손학규계를 등에 업고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개혁성향이 강한 김근태계 일부와 천정배계가 경선 과정에서 추미애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당 지지율을 높여 2년 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여당과의 궁합은?
정 대표는 투쟁보다는 화합을 중시하는 '관리형'으로 알려져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는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수락연설을 통해 청와대와 여당에 대화 채널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통상 사무총장이 참석하는 관행을 깨고 직접 민주당 전당대회장에 모습을 나타낸 박 대표는 경선 결과 발표 전 "누구든 대화와 타협을 잘하는 사람이 대표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 내외에서 '야당의 색깔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임기 초반에는 강경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경제팀의 전면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