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자 자사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관리하려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자사주 사들여 주가방어 나선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개 상장사가 자사주 취득을 결의하거나 자사주 취득을 위해 금융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동양기전 메리츠화재 인프라웨어 테스 등 4개사는 금융회사를 통하지 않고 자사주를 직접 매입키로 했으며 두산중공업 비유와상징 등 10개사는 은행 등과 신탁계약을 맺어 곧 자사주를 사들일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25개사,6월에는 23개사가 자사주를 매입키로 결의해 상장사들의 주가 관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동양기전은 지난 4일 이사회에서 33억원 상당의 자사주 60만주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최근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는 가운데 주가가 지난달 26일부터 7일 연속 하락해 이 기간에만 20% 넘게 빠졌다.

동양기전 관계자는 "수출 증가에 힘입어 실적은 호전되고 있지만 주가는 최근 1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도 2일 625억원을 들여 자사주 619만주를 취득키로 결정했다.

코스닥시장의 인프라웨어와 테스 역시 각각 15억원(10만주),20억원(10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3개월간 사들일 예정이다.

첫 상장일인 지난달 30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던 비유와상징은 이달 3일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내년 1월6일까지며 운영은 현대증권이 맡는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도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 우려로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은행들과 각각 500억원과 200억원 규모의 신탁계약을 맺고 조만간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기업의 펀더멘털(내재가치)과 관계없이 최근 수급 사정이 악화된 데 따라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진 종목이 속출하자 자사주 취득을 통한 기업들의 주가 관리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사주 취득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투매성 매물까지 일부 흘러나오는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이 수급을 개선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파트장은 "자사주 취득 규모는 물론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과 거래대금이 많은 업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