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함께 뛴다] ③ STX조선.강림중공업 ‥ 유럽산 장악 선박용 IGG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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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에서는 우리가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보다 공격적이고 새로운 실험이 가능했습니다.이번 개발은 이 같은 도전의 훌륭한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STX조선의 김태연 조달기획팀장은 "앞으로도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을 통한 강림중공업과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STX조선이 선박용 보일러 및 IGG(Inert Gas Generator;불활성기체발생기) 전문기업인 강림중공업에 대형 LNG선의 폭발방지 장치인 IGG 개발을 맡긴 것은 2006년 6월이었다.
20여년간 매년 평균 100억원어치의 선박용 보일러를 거래해 온 강림중공업 측에서 대형 IGG를 개발해보겠다고 제안을 해 온 것.
STX 측은 처음에는 망설였다.
강림중공업이 오래된 거래처이고 국내 선박용 보일러 업계에서 경쟁자가 없는 회사였지만 두 가지 걸림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선박업계의 관행상 선주사가 부품 제조사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선주사가 그동안 거래해 오던 외국산 대신 새로 개발된 국산제품을 선뜻 받아들일지가 불확실했던 것.또 다른 문제는 강림중공업이 그간 만들어왔던 IGG보다 기체 발생량이 무려 두 배 가까이 되는 큰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STX는 일종의 모험을 감행했다.
김 팀장은 "그동안 유럽산이 IGG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제품의 사용실적을 늘려 수입대체까지 노려보자는 쪽으로 회사 내부의견이 모아져 개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2년간 총 개발 비용으로 3억원이 들어간 IGG 개발은 순탄치 않았다.
국내에서는 대형 IGG가 개발된 적이 없어 시제품의 테스트도 어려웠다.
안성태 강림중공업 이사는 "IGG를 가동시킬 때 섭씨 1000도 가까이 올라가는 기기온도를 30도 정도까지 낮추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기기의 규모가 너무 커 냉각수도 부족했다"며 "소방차를 대기시켜 놓고 물을 뿌려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강림중공업은 마침내 지난 5월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처음 개발된 기계였지만 성능은 유럽산을 능가했다.
곽동후 강림중공업 대표는 "가스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황성분이나 그을음이 거의 없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특히 가스 제조시 연료로 사용되는 기름을 분사하는 노즐을 집중적으로 개량해 기름 유출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도 유럽산의 3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STX조선은 이 제품을 스페인 선주가 발주했던 LNG선에 최근 장착했다.
기기 금액은 10억원이다.
STX관계자는 "이 제품은 앞으로 3년간 건조해야 할 30여척의 LNG선에 쓰일 예정으로 약 5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며 "매년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LNG선의 75%가 국내에서 건조되므로 강림중공업이 만든 제품의 사용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량 수입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IGG=대형 LNG선에 선적되는 기름성분이나 가스의 폭발을 막기 위해 산소 대신 불이 붙지 않는 불활성기체를 만들어 화물칸에 채우는 기기.불활성 기체 발생공정 때 높아진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한다.
■ 공동기획=중기청ㆍ한국경제신문 후원=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