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락장에서 지수 낙폭을 줄이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던 프로그램 매매가 4일 증시에선 되레 주가 반등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특히 이날 장 초반 주가가 반등을 시도하던 때에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져 장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전 11시께는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가 600억원까지 불어나 코스피지수 하락폭을 넓혔다.

이후 지수가 1570선으로 급락하자 프로그램 대량 매수가 나와 결국 1280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내 기록상으로는 10일째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무기력한 장세를 되돌려 놓지는 못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8.60포인트(1.78%) 떨어진 1577.94로 연중 최저치(1574.44)에 근접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전날까지 엿새 동안 내리막길을 달려왔던 만큼 이날 지수가 상승할 경우 기술적 분석상 추가 매수세가 가세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지수 반등 시점에 프로그램 매도가 집중됨으로써 기대가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는 6000억원 안팎에 달했던 지난 2일과 3일 수준엔 크게 못 미치는 것이어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이 코스피지수가 연중 고점을 찍었던 지난 5월 중순 이후 최고치인 7조3015억원으로 늘어나 향후 주가 회복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지수 급락을 저지하기 위해 프로그램 순매수가 급증하면서 매수차익 잔액이 급격히 불어난 상황이어서 앞으로 증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도 "매수차익 잔액이 급증한 점도 우려되지만 투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이 물량을 소화해 주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발하는 요인인 외국인 매매 동향도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이 현물을 팔면서 선물을 사면 시장베이시스가 높아져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오는데,외국인은 현물 순매도를 지속하는 반면 선물에 대해서는 최근 순매수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과 12월,올 3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 전환이 나타난 이후 1주일 정도 지나 지수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당시엔 증시의 불안심리를 보여주는 지표인 증권선물거래소의 '대표변동성 지표'가 40까지 급등했지만 현재는 25 수준이라서 반등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표변동성 지표는 미국 증시에서 '두려움지수'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VIX(Volatility Index)의 한국판으로,이 지표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느끼는 지수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지표가 고점을 찍고 꺾이면 증시는 상승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한편 증시가 급락하자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신용융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약세장에서 신용융자 잔액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신용융자 잔액은 많지만 거래량이 적고 실적이 부진한 종목 가운데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진 종목에 대해선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