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1시50분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점심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삼삼오오 짝을 이룬 공무원들이 청사를 빠져나왔다.

이날 점심식사를 위해 주변 식당가를 찾은 공무원은 모두 5000여명.이는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중앙청사와 별관에 근무 중인 전체 공무원 숫자다.

공무원들이 경기 침체에다 촛불시위로 인해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상권을 돕기 위해 나섰다.

행안부가 이날 정부청사 본관과 별관의 구내식당을 하루 휴업하고 공무원들이 모두 외부에서 식사하도록 '외식의 날'로 지정한 것.

덕분에 중앙청사 인근 적선동과 통의동 식당가는 평소보다 20~30% 매출이 늘었다.

일부 식당에는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두 달간 이어지고 있는 촛불시위로 시름에 잠겼던 광화문 일대 음식점 주인들도 잠시나마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정부청사 후문 현대상선 부근에서 삼겹살과 된장찌개 등을 파는 '대복집' 관계자는 "촛불시위 여파로 저녁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매출이 30~40% 정도 떨어져 힘이 많이 들었다"며 "공무원들 덕분에 식당이 붐벼 그동안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었다"고 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부근에 있는 한식당 '사랑방'의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보다 20% 정도 손님이 늘었다"면서도 "한식당의 성격상 저녁 장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촛불정국'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번 '구내식당 휴업'으로 주변 식당가에 1200~1300명 정도의 손님이 추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행안부 정부청사관리소 김석수 과장은 "평일 구내식당 이용객이 1250명 안팎이어서 이들이 나가서 5000~7000원짜리 식사를 했다고 가정하면 추가적인 지역 상권 파급 효과는 8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어떻게 보면 많지 않은 금액일 수는 있지만 공무원들이 고유가.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상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데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앞으로는 중앙청사 입주기관 실.국.과별로 자율적으로 '외식의 날'을 정해 시행하도록 권장할 계획이다.

또 구내식당을 휴업하는 외식의 날을 월 1회로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김태철/정태웅/이재철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