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외국인 매물로 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이머징마켓은 외국인의 줄기찬 '팔자'를 못이겨 주가가 속속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3일 한국투자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머징마켓에서 지난 5월 한때 순매수로 돌아서는 듯 했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한국 증시에서 46억1713만달러어치를 순매도한 것을 비롯 대만에서 38억1980만달러,인도에선 26억2230만달러어치를 각각 팔았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각각 11억424만달러,49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반면 필리핀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각각 6억6172만달러,3억4956만달러어치를 사들였으나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머징마켓 전반에 걸친 해외 기관의 무차별적인 주식 매도는 신용위기가 다시 부각하고 있는 데 따라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전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신흥시장 중에서도 유동성이 풍부해 외국인이 매물을 소화시키는 타깃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줄기찬 주식 매도를 우려해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의 자금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전 세계 펀드자금 유출입 동향 정보를 제공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한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는 최근 3주간(6월5~25일) 95억9000만달러나 순유출됐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특히 지난주의 순유출 자금은 전주보다 2배나 늘었다"며 "외국인 순매도 기조를 감안할 때 4일 발표되는 이번 주(6월26일~7월2일) 자금동향도 순유출 기조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주가 불안을 의식해 환매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김학균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회복과 신용위기 해소,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완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추세적인 매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외국인 순매도로 글로벌 증시는 추락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이하 2일기준)는 올 들어서만 10% 넘게 떨어지면서 2006년 9월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S&P500지수도 연중 최저치를 깼다.

대만 가권지수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지수도 연중 저점으로 떨어졌다.

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인도 센섹스지수는 올 들어 각각 49%, 32% 내려 연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CAC40이 전일 4296.48에 마감해 지난 3월의 저점 밑으로 내려갔다.

지난 3월의 저점을 2~3% 정도 웃돌고 있는 한국 코스피와 홍콩 항셍지수는 오히려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자원부국을 빼곤 인플레이션 위협에 노출된 신흥국가들의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그나마 한국 증시는 기업실적이 뒷받침되며 세계 증시에서 중위권의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