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침해 소송을 당하지 않으려면 뭉쳐라.'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골치 아픈 특허소송을 피하기 위해 '동맹'을 형성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WSJ는 구글 시스코시스템스 HP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 간 연합체인 'AST(Allied Security Trust)'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이들의 전략은 특허소송을 걸 만한 상대방의 수중으로 기술이 넘어가기 전에 미리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을 공동으로 사들이는 것이다.

약 25만달러를 내고 연합체에 가입한 뒤 다시 500만달러씩 별도의 은행계좌(에스크로)에 예치해 놓고 특허권 매입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신문은 퀄컴이나 램버스 등 기존의 원천기술 보유업체들이 특허권을 부쩍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파산 기업,대학,개인 발명가들에게서 특허권을 사모아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문업체들이 출현한 것이 IT업체들을 뭉치게 했다고 분석했다.

이들 업체는 해당 특허를 사용하는 IT업체나 서비스업체에 접근해 막대한 로열티를 받아내고 있어 '특허 낚시꾼'으로 불린다.

이들 '낚시꾼'에 휘둘릴 것을 우려하는 IT업체들은 이미 충분히 사용한 라이선스를 서로 사고파는 협력시스템도 고려하고 있다.

IT업체 간 상부상조하는 대응책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최근 특허권 침해 소송이 급증한 것도 한 요인이다.

미국에서 1990년 921건에 불과했던 특허관련 소송은 지난해 10월 현재 약 3배 늘어난 2500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 스마트폰인 블랙베리의 제조업체 리서치 인 모션이 무선 이메일 전송 관련 특허를 갖고 있는 NPT사로부터 소송을 당해 6억1250만달러를 물어주라는 판결을 받은 사례는 IT업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블랙베리는 4년에 걸친 소송으로 인해 한때 전국 서비스를 중단하기 직전까지 몰리는 위기에 처했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