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70만명가량이 당뇨병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매년 30만명이 신규 환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현재 치료 받지 않고 있는 당뇨병 환자와 당뇨병 전단계 환자까지 합친 '범(汎) 당뇨병 환자'를 포함하면 무려 700만~800만명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30년 전 100명에 한 명꼴이었던 당뇨병이 어느덧 '국민병' 수준으로 확산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재로선 당뇨병 완치약이 없다는 것.그런 만큼 당뇨병은 평생토록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혈당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뇌졸중 실명 협심증 족부궤양 신부전 등 무서운 합병증을 초래한다.
당뇨병 환자가 운동요법 및 식이요법과 함께 혈당을 조절해주는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이유다.
주요 당뇨병 치료제의 특징을 알아본다.
당뇨병은 크게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는 '제1형 당뇨병'과 인슐린을 분비하되 그 양이 충분하지 못한 '제2형 당뇨병'으로 분류된다.
어린이나 30세 이하 젊은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주사를 맞는 방법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의 경우 다양한 치료제가 나와 있는 상태다.
대개 알약 형태로,복용하면 체내 혈당을 떨어뜨려준다.
1세대 당뇨병 치료제로 불리는 설폰요소제는 췌장을 직접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혈당을 낮추는 효과는 우수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효능이 떨어지는게 흠이다.
저혈당과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도 있다.
한독약품의 '아마릴'(성분명 글리메피리드)이 대표적인 약품이다.
메글리티나이드 계열의 약물 역시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제제다.
설폰요소제에 비해 저혈당 발생빈도가 낮고,고령 환자에게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장기 복용할수록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약점은 설폰요소제와 비슷하다.
노보노디스크의 '노보넘'(리파글리니드)과 일동제약의 '파스틱'(나텔글리니드) 등이 유명하다.
비구아나이드 계열 약물 중 국내에서는 메트포르민만 사용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다이아벡스' 등 메트포르민 약물들은 간에서 포도당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동시에 근육세포 등 말초조직에서 포도당 연소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혈당을 떨어뜨린다.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만큼 뚱뚱한 당뇨환자에게 널리 쓰인다.
식욕감퇴 구토 설사 등 복용 초기에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한독약품의 '아마릴M'은 설폰요소제인 아마릴에 메트포르민을 더한 복합제제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아반디아(로시글리타존)와 릴리의 액토스(피오글리타존) 등 치아졸리딘다이온 계열 역시 근육과 지방조직에서 포도당 흡수를 촉진하고 간의 포도당 생성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메트포르민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저혈당의 위험을 줄였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체중 증가,심장질환 등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아 조만간 시판을 앞두고 있는 한국MSD의 '자누비아(시타글립틴)'는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개념 당뇨병 치료제다.
자누비아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인크레틴(혈당조절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는 DPP-4(디펩티딜펩티다제-4)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물이다.
저혈당,체중 증가 등 부작용이 없고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하면 24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임상실험 결과 뚱뚱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들이 많은 아시아인에게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트포르민 제제만으로 충분히 혈당을 떨어뜨릴 수 없는 환자에게 병용하면 효과가 배가된다고 한국MSD는 설명한다.
한국노바티스도 같은 DPP-4 억제제인 '가브스'(빌다글립틴)를 조만간 시판할 계획이다.
윤건호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아시아 당뇨환자의 특징 중 하나는 뚱뚱하지 않은 당뇨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것"이라며 "DPP-4 억제제는 아시아인에게 더 효과적으로 나타난 만큼 국내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