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반면교사" 충고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방식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적쇄신책의 일환으로 청와대 참모진을 대폭 교체한 데 이어 국정 운영 시스템 개선 방안도 곧 내놓을 계획이다.

이미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중심을 내각에 두겠다는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한 만큼,이를 구체화하는 조치들이 강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물러난 한 고위 참모가 정권 초기 국정운영 스타일 면에서 이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소리를 듣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하며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건의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국정정상화 주력=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9일 "내각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제도적인 틀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약화된 총리의 국무조정 기능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는 뜻이다.

총리가 각종 회의체 운영 등을 통해 내각을 실질적으로 총괄토록 하고 현 정부 들어 유명무실해진 총리실의 국무조정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것 등이다.

총리실장이 주재하는 차관회의의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 장관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도 검토대상이다.

반면 이 대통령은 '다언(多言)'과 '다노출'의 부작용을 감안해 전면에서 뒤로 빠지는 것을 검토 중이다.

때맞춰 정부가 이날 폭력시위에 대해 엄정 사법처리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청와대는 이 같은 구상을 발판 삼아 이번 주부터 '쇠고기 정국'에서 벗어나 국정정상화를 위해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통령ㆍ사르코지 '닮은 꼴'=최근 교체된 한 참모는 프랑스의 경제ㆍ문학평론가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의 사르코지 대통령에 관한 평가를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1년을 넘긴 사르코지 대통령이 힘있게 밀어붙인 각종 개혁정책이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으며 지지율이 급락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 소르망 교수는 지난달 방한해 "지도자는 명확한 정치적 아젠다를 가져야 한다"며 "사르코지 대통령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약속했기 때문에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었다.

정치적 지향점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은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과 사르코지 대통령은 모두 경제대통령론을 들고 나왔으며 개혁과 실용 외교,'현장 중시'리더십과 공공 부문 개혁을 내세우는 등 공통점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취임 4개월 만에 두 번이나 사과하며 "나부터 다시 변하겠다"며 몸을 낮췄고 사르코지 대통령도 최근 "취임 후 실수가 없지 않았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