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이득이 될 것이다."(펭신쿤 국립대만대 교수)

"공기업 민영화와 탈(脫)규제가 경제 발전에 매우 유리하다."(이호리 도시히로 도쿄대 교수)

세계적 경제학자들은 27일 한국경제신문사와 서울대 한양대 등이 공동 주최한 '세계공공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PET Seoul 2008)'에서 한국 경제 현안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한경 기자들과 가진 연쇄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펭신쿤 국립대만대 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광우병 파동'과 촛불 시위에 대해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이해득실을 차분히 따져볼 때"라고 말했다.

한국 입장에선 FTA를 통해 얻는 이득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잃는 손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펭 교수는 "대만 기업들은 FTA가 발효되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불안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출신의 쿠웅 르 방 파리1대학 교수는 "한국의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은 대단히 인상적이며 베트남의 모델"이라면서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부자가 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가 지금처럼 정치·경제적 도약을 이룬 데는 "비록 독재라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박정희 시대의 경제 발전을 거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르 방 교수는 베트남 경제가 최근 '외환위기설'에 휩싸인 데 대해서도 "경제 발전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일 뿐 심각한 사태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멀리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일랜드를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았다.

20세기 후반까지 '만년 후진국'의 지위를 면치 못하던 아일랜드가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에서 영국을 제칠 정도로 급격한 발전을 이룬 데는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다국적 기업과 해외자본을 유치한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호리 도시히로 도쿄대 교수는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 시절에 이뤄진 우정공사 민영화 등의 공기업 개혁에 대해 소개하며 "민영화와 탈규제는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 등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란 의미다.

이호리 교수는 그러나 "민영화 과정에서 기업들의 이익이 높아질 수 있지만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사회 불안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용석·이태훈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