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신용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엄습하고 있다.

7월 중순 발표될 씨티그룹 등 대형 금융회사의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훨씬 밑돌면서 신용위기가 재연될 것이란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의 신용위기 재연설은 간판 금융회사 3인방이 주도하고 있다.

씨티그룹과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가 그들이다.

씨티그룹은 지난주 "2분기 상각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밝혀 '어닝쇼크'를 예고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씨티그룹 실적 전망은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월가 덮치는 실적쇼크…메릴린치·리먼 등 줄줄이 적자
골드만삭스는 26일(현지시간) "씨티그룹의 2분기 상각 규모가 89억달러에 달해 1분기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종전 '25센트 흑자'에서 '75센트 적자'로 낮췄다.

투자의견도 '매도'로 내렸다.

이날 씨티그룹 주가는 1998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메릴린치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 일색이다.

골드만삭스는 메릴린치가 2분기에도 주당 2달러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샌포드 번스타인도 메릴린치의 2분기 EPS를 종전 '82센트 흑자'에서 '93센트 적자'로 하향 조정했다.

이미 작년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던 메릴린치는 2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었다.

한고비를 넘겼지만 리먼브러더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도 여전히 의구심이 적지 않다.

리먼브러더스는 지난 2분기(3~5월) 중 2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1994년 상장 이후 처음 적자를 냈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겠다며 한국투자공사(KIC)에 20억달러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자금유치 성과는 없다.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간판 스타인 골드만삭스조차 신뢰를 잃고 있다.

와코비아는 이날 "골드만삭스도 올 여름 침체 국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시장수익률'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투자은행 부문 인력 10%를 각각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무디스가 미국 1,2위 채권보증업체인 MBIA와 암박파이낸셜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뒤 미 지방채 수익률은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자금력이 약한 지방은행들은 모기지 부실을 견디는 데 한계에 도달해 조만간 연쇄 파산 사태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도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지난 23일 "신용위기 정점론은 성급했으며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사죄하고 미 금융주에 대한 '매수' 투자의견을 철회하기도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사모펀드가 은행에 출자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한바탕의 회오리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월가에서는 신용위기 불안감이 씨티그룹 등이 2분기 실적을 내놓는 7월 중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