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금요일이다.

27일 개장하자마자 밤 사이 미국증시 급락 소식에 코스피 지수가 최고 40P 이상 빠지며 어이없게 1670선까지 밀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오전 11시 18분 현재 낙폭이 다소 줄긴 했지만 그래도 1680P를 중심으로 등락하는 수준이다.

이날의 급락도 미국발 악재 때문이다.

처음으로 장중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가 139.64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골드만삭스가 씨티그룹과 메밀린치 등 금융주에 대한 실적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금융주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면서 신용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주 외에도 오라클, 리서치인모션(RIM) 등 기술주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도 실적 부진 우려로 주가가 좋지 못했다.

유가 급등, 기업 실적부진, 신용위기 연장 우려 등 나쁜 소식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모습이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부정적인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의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주요 지지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다음 지지선은 아직 확인이 안 된다”며 “당분간 안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성급하게 하단을 예측하고 저가 매수에 나설 때는 아닌 듯하다”며 당분간 관망할 것을 권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박소연 애널리스트도 “1700선 아래라고 해도 유가 급등과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며 “1600선 초반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그 정도로 지수가 내려가도 바로 반등할지 모르겠다”며 향후 장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이날 지수 급락에 놀란 투자자들이 많을 텐데, 전문가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경솔하게 주식을 팔지는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지수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급락세일 때는 매도해봐야 손실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의 황금단 애널리스트는 “급락일 때 매도는 금물”이라며 “외부 변수들이 단기간에해결될 사안들이 아닌 상황에서 당분간 평정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달 5일에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 추이와 유가 흐름을 지켜보라며, 굳이 매도를 하려면 지수가 반등할 때를 노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이선엽 애널리스트도 “글로벌 증시의 고전 흐름이 상당기간 지속되겠지만,패닉에 근거한 추격매도는 의미 없다”는 의견이다.

한화증권의 민상일 애널리스트는 “이날의 미국발 악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악재가 강화된 수준”이라며 “지수가 밀려도 1650선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외 악재에 출렁이는 우리 증시가 참으로 서글프다. 그래도 어쩌랴. 시장이란 원래 투자자보다 강한 것을.

글로벌 증시를 단체로 우울증에 빠뜨린 고유가, 인플레, 신용위기 문제, 경기 침체 문제 등은 단기간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팽배하지만, 그래도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시장 흐름을 지켜보는 느긋함이 필요하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