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한 허름한 미용실에서 에글리스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그녀의 연주는 미용사인 어머니뿐 아니라 손님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생활의 즐거움'이다.

베네수엘라 빈민촌 곳곳에선 이렇게 악기소리가 골목길을 타고 흐른다.

정부가 마약과 범죄에 빠진 30여만명의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 시작한 뒤부터 생긴 풍경이다.

음습한 거리를 헤매던 아이들은 어느 새 연주하는 재미에 빠져 구멍가게에서, 푸줏간에서 작은 콘서트를 연다.

늘 타인과 자신에게 상처 주는 데 익숙한 아이들은 놀라운 경험을 한다.

손과 입술로 스스로에게 또한 삶에 지친 타인에게 위안을 주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음악은 조용히 세상을 바꾼다.

소리없이 공기를 타고 흩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준다.

/글=신경훈 영상정보부장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