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높이를 자랑하는 '전차군단' 독일을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결승으로 이끈 주역은 단신 수비수인 필리프 람(24.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람은 26일 오전(한국시간) 스위스 바젤 상크트 야콥파크에서 펼쳐진 터키와 유로2008 첫번째 준결승에서 1-1 동점 상황에서 역전골을 도운 데 이어 막판까지 2-2로 연장전에 들어갈 것 같던 경기 종료 직전 천금같은 결승골을 작렬시켜 독일을 결승에 올려놓았다.

전반 22분 터키에 선제골을 허용한 독일은 곧바로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균형을 맞췄지만 후반 중반이 지나갈 때까지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하고 고전했다.

하지만 '작지만 강한' 사나이가 있었다.

람이었다.

람은 170㎝로 독일 대표팀 가운데 169㎝의 공격형 미드필더 피오트르 프로초프스키 다음으로 작은 선수.
독일 대표팀이 평균신장 184.87㎝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16개 팀 가운데 크로아티아(184.92㎝)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는 점을 놓고 보면 람은 작았으나 달랐다.

그라운드 위에서 람은 '작은 거인'이었다.

1-1 상황에서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던 후반 33분 람은 왼쪽 측면을 드리블하다 문전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헤딩 머신'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달려들며 머리로 꽂아 넣어 역전골을 뿜어냈다.

후반 41분 독일이 동점골을 내주자 이번에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람은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5분 왼쪽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미드필드 중앙에 있던 토마스 히첼스페르거에게 패스를 내준 뒤 아크 왼편 터키 수비수 뒤로 파고 들어갔고, 히첼스페르거가 찔러준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키는 작지만 빠른 발과 예리한 크로스, 돌파력으로 승부하는 람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지치지 않는 체력은 람을 단연 돋보이게 하는 강력한 무기다.

2년 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람은 조별리그부터 16강전, 8강전(연장승부), 4강전(연장승부)에 3-4위 결정전까지 7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무려 690분을 뛴 람은 이번 대회에서도 이날까지 5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해 471분을 뛰는 강철체력을 선보이고 있다.

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날 득점은 내가 축구를 하면서 넣은 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골이었다.

골을 넣고 너무 감동한 나머지 내 머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다"고 감격해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