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산하 현대자동차 지부가 '쇠고기 정치파업'에 이어 또다시 파업을 강행키로 하자 조합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현대차지부와 금속노조가 지난달 25일 상견례 이후 현대차 사측과 단 한 차례도 임금 협상을 벌이지 않은 채 파업 수순을 밟는 것은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의 거수기임을 자임하는 것이라며 반대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사측은 이날 오후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 사이에 열린 제6차 대각선교섭에서 "GM대우 쌍용차 등과 같이 현대차 노사도 중앙교섭과 동시에 임금교섭을 진행하자"고 노조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금속노조 중앙교섭안에 대한 수용 없이 임금 실무교섭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교섭을 곧바로 결렬시켰다.

노조는 또 금속노조가 예정한 7월 총파업에 맞춰 파업참가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26~27일 실시키로 해 현대차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현대차의 한 조합원(아이디 재탕삼탕)은 "이번 파업 찬반투표는 현대차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노총 총파업에 합법이라는 명분을 실어주기 위한 노조 지도부의 요식행위에 현대차 조합원이 총동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조합원들의 반파업 정서는 산별노조 무용론에 이어 금속노조 파업 찬반투표 부결 여론으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다른 조합원(아이디 햇불)은 "산별교섭체제 후 우려됐던 '삼중 교섭과 이중 파업'의 비효율성이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다"며 산별노조의 탈퇴 문제도 제기했다.

아이디가 투표인 조합원은 "조합원 전체 분위기가 파업하기 싫어하는 만큼 이번에도 반드시 부결시키겠다"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민주투사도 투·개표 똑바로 하자'라는 글을 통해 "아직도 노조 대의원 등 간부들이 투표함을 들고 조합원들에게 찬성표를 강요하는 듯한 비정상적인 투표를 하고 있다"며 투표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노조 간부들끼리 비공개적으로 집계하는 개표 결과를 더더욱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선관위나 사회단체 등 객관적인 제3자가 투표를 주관하게 만들어 과연 조합원들이 이번 금속노조 파업에 어떤 정서를 갖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가 현대차 등 단위지부별 투·개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금속노조 전체의 찬반 여부만 공개한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이에 대한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아이디 현자 조합원은 '조합원은 파업을 결정할 권리도 없나'란 글에서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파업을 결정할 것이면 투표는 왜 하느냐"고 반문했다.

노조 지도부는 노조 반발이 이처럼 급격히 확산되면서 금속노조 파업 찬반투표 결과가 조합원 절반 이상이 반대한 민노총 정치파업의 찬반투표 결과와 유사한 사태로 번지지 않을 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노조가 이날 회사 측의 임금협상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곧바로 하지 않고 찬반투표가 끝난 뒤인 30일로 미룬 것도 현장 조합원들의 고조되는 반파업 정서를 고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투표 결과에서도 조합원들의 반 파업 정서가 확인될 경우 노조는 회사 측의 임금교섭을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전문가들은 "노조가 아직까지 조합원들의 정서를 제대로 의식하지 못한 채 금속노조의 파업 명분만을 추종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면서 "작년 6월 노조가 FTA 저지를 위한 정치파업을 벌이려다 조합원들에 의해 중도 무산된 것을 볼 때 자칫하면 이번에도 조합원들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