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정치혼란과 고유가 탓에 증시가 한달만에 17%나 하락하는 등 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태국 증시의 SET지수는 24일 763.75로 장을 마감해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기 전날인 5월23일에 비해 무려 17%가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은 6월 한달간 9억5천만달러어치의 주식을 판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외국인 투자가가 올들어 6개월간 판 주식의 3분의 2에 달하는 액수다.

'아버딘 애셋' 태국지사의 로버트 페날로자 수석 펀드매니저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국가 안정 면에서 외국인 투자가의 증시 이탈 현상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증시는 좌절감을 느낄만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경제분석가들은 반정부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되는 한 또다른 쿠데타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위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더 많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태국을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미코 증권'의 타나왓 파침쿨 전무는 "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는 정치"라며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폭력으로 치닫는 정면충돌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유가로 인해 최근 10년간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인플레이션 상승률도 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라퐁 수엡옹리 재무장관은 23일 이 같은 정치혼란과 고유가 탓에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6%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태국 수도 방콕에서 발생한 최근 시위는 정부와 탁신 치나왓 전(前) 총리 계열의 '국민의 힘'(PPP)이 군부 쿠데타 이후 수립된 과도정부 하에서 제정된 신헌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하면서 촉발됐다.

반(反) 탁신 단체인 '국민 민주주의 연대'(PAD)는 탁신의 사면 및 정치적 부활 등 "사적인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개헌에 반대한다며 지난달 25일부터 한달간 현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매일 벌이고 있다.

특히 거리로 나선 탁신의 찬반세력은 한때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면서 2006년 9월 쿠데타 발생 이전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자 또다시 쿠데타가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이 급격히 나돌기도 했다.

한편 태국 내 유일야당인 민주당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 책임을 묻기 위해 사막 순다라벳 총리와 장.차관 7명에 대해 불신임안을 발의, 이번 주에 불신임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정국 혼란상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