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전 세계 운동선수들은 중국 베이징으로 가고 세계적 지성들은 한국으로 온다.

스포츠 올림픽은 중국에서 열리지만 '철학 올림픽''언어학 올림픽'은 한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다음 달 21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CIL)를 필두로 제13차 세계여성철학자대회(27∼29일),제22차 세계철학자대회(30일∼8월5일) 등 대형 국제학술행사가 잇달아 열려 참가자가 5000명에 육박한다.

가장 큰 학술행사는 '철학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제22차 세계철학대회(WCP).서울대와 코엑스에서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대회는 제1회 대회 이후 107년 만에 처음으로 미주·유럽 이외의 문화권에서 열리는 것.한국철학회와 국제철학연맹이 공동 주최한다.

행사에 참여하는 주요 철학자들의 면모는 쟁쟁하다.

유럽 철학계를 대표하는 페터 슬로터다이크(독일)를 비롯해 독일 현대철학을 이끄는 소장학자 비토리오 회슬레,영미 문학계의 거목 티모시 윌리엄슨(영국) 등이 참가한다.

미국의 인지과학자 어네스트 르포어,기독교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장 뤽 마리옹도 동참한다.

세계철학대회는 전체강연,기금강연,심포지엄,한국철학회 특별세션,초청 발표,라운드테이블,학회모임,분과 발표,학생 발표 등으로 진행될 예정.대회의 중심 행사인 전체 강연은 실천철학,형이상학,인식론,철학사 등 4개 핵심주제를 아우르며 5개 심포지엄은 '갈등과 관용''세계화와 코스모폴리타니즘''생명윤리,환경윤리 그리고 미래세대''전통,근대 그리고 탈근대''한국의 철학' 등을 주제로 다룬다.

논문 발표자만 1784명에 이르고 참가 인원도 2500명에 이르는 등 '철학 올림픽'답게 행사 규모가 크다.

또 유교철학·도교철학·불교철학 등 3개 아시아 철학이 처음으로 철학의 공식분과로 편입돼 의의가 크다는 게 행사를 총괄하는 김선욱 숭실대 교수의 설명이다.

또 세계철학자대회에 앞서 여성 철학자들이 분위기를 띄운다.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제13차 세계여성철학자대회다.

'다문화주의와 여성주의'를 통합주제로 500여명의 여성 철학자들이 참가할 예정이며 1998년 보스턴 대회 이후 10년 만에 세계철학자대회와 연계해서 펼쳐진다.

이에 앞서 고려대에서는 '인간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주제로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가 개최된다.

언어학자대회는 1928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처음 열린 이래 5년마다 개최되는 언어학계 최대의 학술대회로,아시아에서는 1982년 도쿄대회 이후 두번째다.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주제로 정한 이번 대회에는 '사라져가는 목소리들'의 저자인 수전 로메인 옥스퍼드대 교수와 로런스 혼 예일대 교수,버나드 스폴스키 이스라엘 바일란대 명예교수 등 1500여명의 국내외 언어학자가 참가해 8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세계의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의 통일성과 고유 문화로서 언어의 다양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놓고 머리를 맞댄다.

올해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언어의 해'여서 이번 대회는 한국어와 한글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고 언어학계는 반기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