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부국이면서 남미 최빈국 중 하나인 볼리비아가 야권이 장악한 주정부들의 자치권 확대 움직임으로 사실상 국가 분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이들 주는 비옥한 농토와 자원이 집중된 곳으로 볼리비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는 지역이어서 '자치권 확대'라는 견해와 자원을 독점하려는 '지역 이기주의'란 주장이 맞붙고 있다.

23일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볼리비아 남부 타리하주에서 지난 22일 실시된 주정부 자치권 확대안이 80%를 넘는 찬성률로 통과됐다.

앞서 지난달 4일 동부 산타크루스주와 지난 1일 북부 베니 및 판도주도 각각 85.6%,79.5%,81.9%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자치안을 통과시켰다.

이들 4개 주에서 자치안이 통과됨에 따라 볼리비아 국토는 풍요한 동부와 빈곤한 서부로 양분되는 양상이다.

자치안은 주정부가 세금 재정 천연자원 등의 통제권을 갖는 내용을 담고 있어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내세운 정치.경제 권력의 중앙집중화 시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볼리비아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천연가스 매장량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 타리하주의 자치권 확대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추진해온 에너지산업 국유화 정책에도 제동을 걸 전망이다.

마리오 코시오 타리하 주지사는 "주정부 자치권 확대에는 코차밤바 등 나머지 5개 주도 모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랄레스 대통령은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자치주는 있을 수 없다"며 "자치안을 위한 주민 투표는 분열주의자들에 의한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신임 투표를 통해 난국을 정면 돌파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8월10일로 예정된 정.부통령 및 9명의 주지사에 대한 신임 투표를 통해 국민 의사를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치안을 통과시킨 4개주와 코차밤바 등 주지사 5명은 신임 투표를 거부한 채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어 볼리비아 정국은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