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토요일 강원도 대관령 사파리목장 인근의 산길.

랭글러 루비콘, 커맨더, 그랜드체로키 등 크라이슬러 계열의 지프(Jeep) 브랜드 차량 30여대가 큼직한 돌덩이들이 널린 산비탈 앞에 멈춰섰다.

어림짐작으로도 경사가 40도는 족히 돼 보였다.

며칠 전 내린 비로 길바닥은 미끄럽기 그지없었다.

올라갈 수 있을까?

오프로드 주행 경험이 많은 안내자의 수신호에 따라 한대씩 그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앞쪽 랭글러의 엔진음이 커진다 싶더니 어느새 돌덩이 가득한 산길 20m를 손쉽게 넘어섰다.

험로 주행에 탁월한 랭글러다웠다.

문제는 뒤쪽의 그랜드체로키였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4륜구동 SUV라지만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타이어 공기압을 조금 낮췄을 뿐 튜닝을 전혀 하지 않은 그랜드체로키는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SUV와 차체 높이 등에서 별 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드디어 그랜드체로키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중간쯤까지 무리없이 올라가는 듯 싶더니 이내 미끄러운 진흙길에 바퀴가 헛돌고 있었다.

노련한 안내자는 곧 수신호를 통해 후진한 뒤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 다시 출발토록 했다.

다시 엔진은 요란하게 돌아갔고 운전대가 흔들리면서 차체가 잠깐씩 이쪽 저쪽으로 쏠리긴 했지만 그대로 비탈길을 치고 올라갔다.

'저렇게 올라가면 되는 구나.'

뒤쪽에서 초조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운전자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함께 탑승한 가족들도 조금씩 긴장을 떨쳐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간헐적으로 주행에 어려움을 겪은 차량이 없지 않았지만 결국 모든 자동차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험로 주행을 무사히 마쳤다.

지난 20∼22일 열린 크라이슬러코리아의 '2008 지프 캠프(Jeep camp)'는 대표적 오프로드 드라이빙 이벤트로 자리잡은 이유를 명확히 보여줬다.

2004년 처음 열린 이후 5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에는 고객과 가족,딜러 등 모두 530여명이 참여해 사상 최대 규모였다.

참가자들은 하루종일 울퉁불퉁한 산길을 내달렸으나 지친 기색 없이 "벌써 내년이 기다려진다"며 즐거워했다.

지프의 도심형 SUV인 컴패스 차량 탑승자들은 경사가 60∼70도에 이르는 용평스키장의 고난도 스키 슬로프를 통해 해발 1400m의 발왕산 정상에 오르는 코스를 탔다.

지프캠프에서 만난 안영옥씨(42.서울 노원구)는 "네 식구가 5년째 참가하고 있는 데 저 자신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며 "오프로드 주행 경험이 색다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겁다"고 말했다.

엄마의 말을 가로챈 최병후군(수암초 4학년)과 수빈양(1학년)은 "무조건 내년 캠프에도 오자고 할 것"이라고 했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고객들의 이 같은 호응에 부응하기 위해 지프 캠프 규모를 지속 확대하면서 다른 회사 SUV 고객에도 문호를 개방,가족과 함께하는 오프로드 주행 체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안영석 사장은 "빠른 시일 안에 가족과 함께 색다른 드라이빙을 즐기고픈 많은 사람들에게 캠프 참가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며 "험한 산길을 다니다보면 자연히 차량 성능도 비교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어떤 SUV와 견줘도 지프 차량의 성능에 대해서는 자신있다는 얘기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용어풀이

▷지프 캠프=크라이슬러 계열의 SUV 브랜드 지프(Jeep)가 미국 유럽 호주 말레이시아 등 전세계 각국에서 마련하고 있는 오프로드 주행체험 행사로 57년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에서는 지프 잼버리로, 유럽에서는 지프 어드벤처로 불린다.

지프는 모험정신과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 등을 상징하는 이 행사를 통해 자사의 4륜 구동 차량의 성능을 고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한국은 2004년 동북아 지역에선 처음으로 '지프 캠프' 이름으로 행사를 열었고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