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두 엔지니어가 설립…축전지없는 라디오가 첫 작품
'감각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유행을 주도하기보다는 삶에 어울리는 디자인''10년이 지나도 뒤처지지 않는 제품'….

이는 덴마크의 명품 가전 브랜드 뱅앤올룹슨(Bang & OlufsenㆍB&O)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B&O의 TV 한 대가 3000만원을 넘고,스피커 한쌍이 2700만원에 달하지만 가격 대비 품질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

국내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

83년 전통을 자랑하는 가전 명품 B&O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브랜드명은 창립자 피터 뱅(Peter Bang)과 스벤드 올룹슨(Svend Olufsen)의 각자 성(姓)에서 따왔다.

1925년 11월17일 라디오에 대한 열정을 지닌 덴마크 출신의 두 엔지니어가 세운 전자업체가 훗날 43억7600만크로네(약 7490억원ㆍ지난해 기준)의 매출을 올려 로얄코펜하겐,레고와 함께 덴마크 3대 기업이 됐다.

1900년에 태어난 피터 뱅의 젊은 시절은 급진적인 기술 진보가 이뤄지던 시대였다.

그도 공학도로서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 배터리 걱정 없는 라디오를 생산해 보겠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치솟는 배터리 가격에 대한 부담을 덜고 편히 라디오를 들을 수 있도록 해보자는 데서 출발,스벤드 올룹슨을 만나 전원을 꽂아 사용하는 라디오를 발명하기에 이르게 된다.

두 사람은 1920년대 초반 덴마크 오르후스에 있는 전기공학학교에서 처음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하지만 졸업 후 각자 다른 길을 선택,뱅은 당시 라디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던 미국으로 건너가 관련 공부를 계속했다.

올룹슨은 고향인 덴마크 스트루어(본사 소재지) 인근 퀴스트럽 영주 저택에 돌아와 옥탑방에 작은 라디오 공장을 세우고 개발에 들어갔다.

1년 뒤 뱅이 덴마크로 돌아와 바로 올룹슨을 찾았다.

이때부터 둘은 파트너십을 맺고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8년간 월급 한푼 없이 옥탑방에서 오로지 축전지 없는 라디오를 완성하는 데만 힘을 쏟았다.

마침내 플러그를 꽂아 사용하는 B&O의 첫 라디오 제품 '엘리미네이터(the Eliminator)'가 탄생하게 된다.이후 B&O는 80년 이상 흐른 지금까지 '혁신적인 기술력과 아름다운 디자인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하이엔드 홈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