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투자은행(IB)과 증권사는 물론 민간 경제연구소까지 잇따라 금리인상론을 꺼내들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고 6~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일종의 '극약처방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당장 물가부터 잡아야"

LG경제연구원은 19일 '2008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경제는 "경기보다 물가가 더 걱정"이라며 한국은행이 한두 차례 금리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 불안을 방치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돼 경제의 안정 성장 기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LG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을 지난 3월 전망과 같은 4.6%로 유지한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3.6%에서 4.7%로 상향조정했다.

특히 하반기만 놓고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물가관리목표 상한선(3.5%)이 무색해질 정도라는 얘기다.

당초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것'이라던 물가 전망도 '하반기로 갈수록 더 불안해질 것'으로 바꿨다.

LG연의 이근태 연구위원은 "지금은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지만 당장 물가 불안을 막는 게 더 급하다"고 말했다.

씨티은행도 이날 경제주간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물가를 목표범위 내로 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며 "이르면 오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가 전격 인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USB와 메릴린치도 물가 불안을 감안할 때 향후 기준금리가 각각 0.5%포인트와 1.0%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이 금리인상론에 가세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안정은 환율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9~10월께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도 걱정


하지만 한은이 당장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경기둔화 위험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국내 경제가 상반기에는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하반기에는 3%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소의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현재는 수출이 비교적 탄탄하게 유지되면서 경기가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내수는 이미 상당히 위축됐고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도 둔화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6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시그널'을 전혀 던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 일각에서 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균형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상 시그널을 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