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안에 대한 우려로 시중 자금이 급속도로 부동화되고 있다.

고물가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된 데다 화물연대 등의 파업이 잇따르자 "향후 추이를 지켜보자"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시중 유동성이 매일 입.출금이 가능한 MMF(머니마켓펀드)와 CMA(자산관리계좌) 등으로 몰리고 있다.

18일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 등에 따르면 초단기 운영자금인 MMF와 CMA는 5월 말보다 각각 8200억원과 4300억원 늘었다.

이달 들어 1조2000억원 이상이 대기자금화됐다는 얘기다.

특히 MMF로의 자금이동은 가팔라지는 추세다.

지난 4월에는 5조9100억원이 유입됐으나, 촛불집회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해졌던 지난달에는 10조9100억원이나 증가했다.

화물연대 및 건설노조 등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는 이달에도 상당한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중자금의 부동화는 주식시장에서 뚜렷하다.

주식 투자를 위한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20일 11조3892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이달 들어서는 10조원 밑으로 뚝 떨어졌다.

불과 두 달 전인 4월에 은행권에서 증시로 대규모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두드러졌던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허선무 삼성투신운용 마케팅본부장은 "잘나가던 이머징마켓 증시가 꺾인 데다 국내 증시도 조정국면에 접어들자 신규투자 자금 유입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망 분위기는 주식시장 거래대금 급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월 5조9656억원에 달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5조870억원으로 약 9000억원 감소했다.

18일에는 4조23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는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좌지우지하는 '왝 더 독'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를 23포인트나 끌어올린 것도 3200억원 상당의 선물시장 프로그램 매수로 분석됐다.

시중은행 자금도 부동화 현상이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기예금은 지난 4월 6조9000억원 증가했으나 5월에는 2조9000억원 늘어난 데 그쳤다.

반면 대기자금 성격이 강한 요구불예금 등 수시입출금식 예금 잔액은 5월에 5조원이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들 예금에 CD(양도성예금증서),은행채 등을 포함한 은행권 전체수신은 5월에 9조3000억원이 늘어 4월 증가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특별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특판이 4월에 마무리된 이후 정기예금 증가폭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특히 5월에는 대규모 은행채 만기가 돌아와 상당한 자금이 이쪽으로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유가 등 물가상승으로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최근 은행권 자금이 단기상품 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계에서는 시중자금이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으면서 원금보장성이 강한 증권사의 ELS(주식연계증권)나 ELF(주가연계펀드) 등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시중자금의 부동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정환/박해영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