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서민대책 재원 마련 위해 더 이상 미뤄선 곤란
대운하는 다른 사안…'쇠고기정국' 진정후 강공 태세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민영화·통폐합 등의 내용을 담은 공기업 개혁을 후순위로 미루자는 데 대해 "집권 1년 이내에 완료하지 못하면 사실상 물건너 간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수석들이 일괄 사표를 낸 마당에 한나라당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것은 피하고 있다.

그러나 쇠고기 파문만 진정되면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공기업 개혁 작업을 주도해 온 국정기획수석실의 불만이 가장 크다.

공기업 개혁은 역대 정부에서 봤듯이 정권 초반,힘이 있을 때 밀어붙이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왜 빨리 해야 하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8일 "역대 정부에서 매번 공기업 개혁의 칼을 빼들었지만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은 초반에 여러 저항에 부딪혀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작은 정부를 만들어 달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찍어줬는데 상황이 안 좋다고 하지 말라고 한다면 노무현 정부와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도덕적 해이 등이 정권 때마다 단골 메뉴로 지적되면서도 정작 개혁을 뒤로 미루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서민층 지원용 재원 마련을 위해서도 공기업 민영화 또는 통폐합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관계자는 "공공부문과 같이 비효율적인 것에서 개혁해야 정부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이걸 못하게 하면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청와대는 특히 대운하와 달리 공기업 개혁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기 때문에 두 사안을 패키지로 엮어 한몫에 뒤로 넘기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공기업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 국민들의 지지율이 절반이 넘고 있는데,대운하와 어떻게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당·정 협의를 거쳐 공기업 개혁을 후순위로 돌린 것에 대해 강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선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공기업 개혁은 '먹이 사슬을 깨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한 자리'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치인과 관료들이 공기업 개혁에 부정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쇠고기 정국만 끝나 봐라"

청와대는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공기업 개혁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 참모는 "한나라당 일부에서 공공기관 개혁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새 정부의 핵심 공약 사항일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뜻이 확고한 상황"이라며 "개혁 연기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각 및 청와대 참모들의 전열이 재정비되면 공공부문 개혁을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며 "만반의 준비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과 내각 및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인선 작업이 끝나면 공기업 개혁을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홍영식/박수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