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은 마무리 단계지만 지진·홍수탓에 '구호모드'
올림픽 분위기 한풀 꺾여…

올림픽 개막 50일을 앞둔 베이징 시내가 초록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도심뿐 아니라 시 외곽까지 녹화작업이 한창이다.

도처에 널려 있던 맨땅엔 갖가지 식물과 잔디가 입혀졌고 군데군데 울긋불긋한 꽃들로 치장되고 있다.

베이징 외곽 순이 지역의 카누 경기장으로 가는 약 10㎞의 길은 야생식물원처럼 변했다.

새로 뚫은 왕복 8차선 도로변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줄지어 심어졌고 곳곳에 안개꽃 군락지,야생화 군락지 등을 조성해 길 자체가 한폭의 그림 같은 모습이다.

시 외곽 다른 고속도로 주변도 나무 심기가 한창이다.

또 시내 곳곳의 마른 하천에 물이 흐르게 하는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베이징시 조경녹화국 둥뢰룽 국장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세웠던 7건의 녹화목표가 완성됐다"며 "베이징시의 녹화율은 51.6%,산림 녹화율은 70.4%로 목표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도심에서 건설되던 대형 건물들은 다음 달부터 공사를 사실상 중단한다.

시내가 녹지로 변하고 공사가 중단되면 베이징을 뒤덮은 먼지들이 상당량 사라질 것이라는 게 베이징시의 기대다.

냐오차오(올림픽 주경기장) 등 완공된 올림픽 시설엔 마지막 손질이 가해지고 있다.

보안을 이유로 철저히 출입이 통제되고 있지만,하드웨어는 차질없이 준비되고 있다는 게 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의 얘기다.

그러나 시설준비가 착착 진행되는 것과 달리 올림픽을 앞둔 들뜬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에베레스트산에 올림픽 성화를 올리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던 올림픽 모드는 쓰촨성 대지진 이후 '구호 모드'로 바뀌었다.

성공적 올림픽 개최를 염원하며 전국에 퍼지던 '자유 중궈(加油中國·중국 파이팅이란 뜻)'란 구호는 지진 후 재난 극복을 위해 일치단결하자는 의미로 변해버렸다.

최근엔 남부지역에 50년 만의 큰 비가 내리면서 약 4000만명의 이재민까지 발생,올림픽 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게다가 티베트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뒤 삼엄해진 보안으로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조차 약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지난달 저장성 원저우에서 성화 봉송행사 중 자동차 폭파사고가 난 뒤 성화 봉송은 더 규모가 축소됐다.

윈난성 등에선 공원 안을 몇 바퀴 도는 걸로 행사가 마무리되기도 했으며,봉송주자가 10m 정도밖에 뛰지 못하는 해프닝도 일어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