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제조업 대출은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내수는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지만 수출이 잘되면서 기업들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대출이 나란히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1분기 예금은행의 산업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산업대출 잔액은 465조8229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5.9%(25조7798억원) 늘었다.

특히 제조업 부문 대출은 올 1분기 중 6.7% 늘어 증가율 기준으로 2002년 1분기(15.6%)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제조업 대출이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운전자금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운전자금 대출은 올 1분기에 6.9% 증가했다.

이는 2002년 1분기(11.0%) 이후 최고 수준이다.

운전자금은 시설투자 외에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비 인건비 판매관리비 등 각종 운영자금을 의미한다.

제조업체들의 시설자금 대출도 올 1분기에 6.6% 증가해 작년 같은 기간(4.5%)보다 증가했다.

김화용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내수침체 속에서도 올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기업들이 각종 생산에 필요한 운전자금 대출과 시설자금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원자재값 상승과 환율 상승으로 자재 비용이 늘어난 것도 운전자금 대출 증가의 한 이유"라고 말했다.

제조업 외에 건설업 산업대출은 7.8%,서비스업은 5.3% 늘었다.

기업대출에 비해 증가폭이 미미했다는 얘기다.

반면 가계대출은 올 1분기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