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이 고유가로 돈이 넘쳐나는 중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잇따라 이슬람 채권(수쿠크)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쿠크 발행을 위해 새로운 법을 제정했으며 홍콩 정부계 기업과 싱가포르 정부도 수쿠크 발행 준비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이슬람 채권 발행 관련법을 제정한 데 이어 오는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0억달러의 이슬람 채권을 처음으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부의 석유연료 보조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발생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다.

또 고속도로 철도 공항 등 인프라 건설 자금에도 충당할 계획이다.

아시아 금융센터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도 이슬람 금융 도입을 본격화했다.

홍콩은 정부계 홍콩공항관리국이 연내 수쿠크를 발행할 예정이다.

홍콩철로(MTR) 등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싱가포르금융통화청(MAS)은 이슬람계 투자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달러 표시의 수쿠크 국채 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달러표시 수쿠크를 발행했던 파키스탄은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국통화 파키스탄루피 표시로 수쿠크를 발행하기로 했다.

필리핀에서도 정부 철도사업에 충당할 10억달러 규모의 수쿠크 발행이 추진되고 있다.

태국 정부도 철도사업에 수쿠크를 활용할 방침이다.

수쿠크 발행액이 채권시장 전체의 4분의 3을 넘어선 말레이시아의 중앙은행과 금융회사는 다른 나라에도 이슬람 금융 노하우를 적극 제공키로 했다.

말레이시아 중견 금융그룹인 아핀홀딩스는 홍콩이나 중국에서 이슬람 은행업무에 참여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금융위원회도 금융업체가 수쿠크를 발행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 1498억달러이던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등 중동 7개국의 오일머니 규모는 지난해 4787억달러로 불어났으며,같은 기간 이슬람 채권시장 규모(발행잔액 기준)는 5억달러에서 600억달러로 급증했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해 말 이슬람금융의 총자산 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했다고 추정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수쿠크(sukuk)=이슬람 경전 코란은 '리바(riba)',즉 이자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무슬림들은 원칙적으로 채권 투자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수쿠크는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주는 대신 투자금으로 벌인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채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