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병 옆에 있는 종이 조각이 흩날린다.

한 노신사가 기차역의 벤치에 앉아 언제 올지 모르는 기차를 기다린다.

이때 이 역의 상징인 시계가 황금빛으로 변하고 천장으로 빛이 들어오면서 역 곳곳에 미술품이 들어선다.

세계 3대 미술관의 하나인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다.

장면이 바뀌면서 건설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놓고 의견을 나눈다.

사람들의 손길에 따라 놀라운 건축물이 들어선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건설사 엠코의 두 번째 기업 이미지 광고 내용이다.

엠코는 앞서 지난해 6월 건물과 공간의 밑에서 바라보는 촬영기법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들 광고는 브랜드를 앞세우거나 아파트 단지를 소개하는 기존 건설사 광고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엠코가 오르세 미술관을 내세운 이유는 뭘까.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한다'는 기업 철학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오르세 미술관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오를레앙 철도가 건설한 철도역이자 호텔이다.

1939년 철도 영업이 중단된 뒤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잇따른 끝에 1986년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반 고흐를 비롯 19세기를 대표하는 수많은 명작들이 전시돼 있어 지금도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 중 하나다.

광고에선 죽어 있던 공간이 '건설'의 마술로 새 생명을 얻은 것이다.

박창현 엠코 홍보 이사는 "건물을 짓는 것보다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 개척자'(space creator)라는 기업 이미지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 광고에서는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특수효과인 매트페인팅(mat painting)도 관심이다.

촬영한 화면에 정교하게 그림을 그려넣어 과거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