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화재라는 재앙을 신용과 기술,종업원들의 주인의식으로 극복한 중소기업이 있다.

화제의 기업은 광주광역시 북구 첨단산업단지 내 금산전자(대표 유진열).자동차와 냉장고용 전기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2002년 화재로 공장이 잿더미가 되는 아픔을 겪었었다.

유 사장은 1994년 잘나가던 모 중견 전자업체 공장장직을 그만두고 창업했다.

높은 기술력과 제때 납품 등의 신용을 무기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으로부터 많은 주문을 받으면서 회사는 무럭무럭 커갔다.

사장 1인 회사로 출발했던 회사는 직원이 20여명으로 늘어났고 매출도 설립 당시 1억원에서 3억원,6억원으로 해마다 100% 이상 성장을 거듭했다.

2000년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기술혁신개발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랬던 회사에 액운이 찾아들었다.

2002년 3월 어느날 유 사장이 회사 앞 식당에서 막 저녁식사를 하려던 중 직원 한 명이 사색이 돼 뛰어들어왔다.

"공장에 불이 났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뛰쳐나갔지만 이미 거세게 타오른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한동안 실의의 나날을 보내야 했던 유 사장에게 재기의 힘이 됐던 건 용케 건져낸 금형설계도면과 주변의 격려,그리고 시련을 겪으면서 더욱 굳건해진 직원들과의 '한가족 의식'이었다.

'시계추'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대금결제와 제품납기 등을 단 한번도 어기지 않은 그의 신용을 인정한 거래업체들이 프레스 등 기자재와 원자재를 외상으로 지원했다.

유 사장은 앞선 금형기술을 바탕으로 납품 단가를 크게 낮춰 보답했다.

"화재 뒤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다시 느낀 게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기계를 가동했지만 직원들과 한마음이 돼 공장은 빠르게 화재이전의 활기를 되찾아갔다.

2006년 10억원,작년 26억원,올해 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는 등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다.

제품도 전기전자부품에서 발광다이오드(LED)와 광분배기 등 광산업으로 넓혀가고 있다.

유 사장은 "올해부터 2010년까지를 성장기로 잡아놓았다"며 "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전자부품업체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유 사장은 그동안 걸어온 인생역정과 가족,직장,일에 대한 가치관 등을 '꿈을 키운 시간들'이란 제목의 책에 오롯이 담아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