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베트남 곡물수출 금지…韓 '촛불시위'
美의회도 자국 농업 보호·지원법 통과시켜

"자유무역체제의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다."

1948년 무역과 관세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체결된 이후 60년간 세계경제를 이끌어오던 글로벌 자유무역체제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 보도했다.

고유가와 식량위기에 따른 세계 각국의 경제위기가 주 요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각국이 문을 닫아걸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대표적 현상으로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와 인도 베트남 등의 곡물 수출 금지 조치,미국 의회의 대규모 자국 농업지원 법안 승인 등을 거론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촛불시위로 대변되는 한국에서 보호무역주의 징후가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무역을 20% 증진할 수 있는 협상 결과에 대중이 격분,최근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50%에서 17.1%로 수직 낙하해 '한국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쇠고기 수입 금지를 연장하면 자동차와 반도체 같은 한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맥스 보커스 미 상원 금융위원장의 의미심장한 얘기를 곁들였다.

지난해 초부터 쌀 밀 옥수수 등의 가격이 60%나 급등하자 자국 내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해 세계 2위의 쌀과 밀 생산국인 인도가 곡물 수출을 금지하고,이집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비슷한 조치를 취한 것도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지적됐다.

최근 미 의회가 자국 농업 부문에 2890억달러 규모의 지원 법안을 승인한 것도 같은 성격이다.

이에 대해 유럽은 '보호무역주의 부활'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으며,브라질을 주축으로 한 농산물 수출 개도국들은 "자유무역주의에 역행하는 불공정 경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 의회가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처리를 지연하고,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이와 관련,"미국 무역정책의 근간을 해치는 조치로 무역 선도국인 미국에 대한 신뢰 상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그스텐 이사는 이어 "글로벌 자유무역에 급제동이 걸렸다"며 "자유무역체제 근간을 재건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 제조업자협의회의 더그 가우디 국제무역담당 이사는 "수입관세 인하폭을 둘러싸고 빈국과 부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착상태인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는 노인요양병원으로 내몰리고 있는 처지"라고 개탄했다.

블룸버그는 자유무역체제의 급격한 퇴조 원인이 국가 안보,식품 안전 및 식량난,곡물 가격 앙등,자국 근로자들의 일자리와 환경 보호,자유무역에 따른 실직 등 조정비용 급증에 있다고 분석했다.

미 다트머스대의 경제사학자이자 '공격받는 자유무역'의 저자로 유명한 더그 어윈 교수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미국 경제가 되살아난 후에나 자유무역 반대론이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