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과 환율상승으로 인한 물가 급등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물가가 5%대 후반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로 5%대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인플레이션 선행 지표인 수입물가가 지난달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44.6%(작년 동기 대비)나 폭등했고 생산자물가도 두자리수로 치솟아 `5%대 소비자물가'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품과 서비스 489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생활 속에서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아 서민들의 고통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소비자물가 5%대..물가대란 오나

15일 한국은행과 민간 경제연구소들에 따르면 대부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이를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일부 연구소는 5% 후반까지 예측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6월 금융통화위원회 결과 분석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번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5.8% 범위에서 결정될 거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진입할 경우 2001년 6월(5.0%) 이후 7년만이다.

하나금융연구소의 김완중 수석 연구원은 "최근 물가급등세를 고려했을 때 6월 물가상승률은 5% 중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자물가 역시 5월의 11.6%보다 높은 12% 이상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원유가격이 계속 상승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높아질 것으로 본다"며 "6월 물가는 5월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임경묵 한구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역시 "내수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6월 물가는 5%를 넘을 것 같다"고 관측했고,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박사도 "현 추세라면 5%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며 "물가가 상승하면 국민의 실질구매력이 감소하는데, 여기에 경기마저 둔화하고 있어 가계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5%대 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중기 물가관리 목표치 3.5%를 1.5%포인트 이상 뛰어넘는 수치인데다 심리적인 충격마저 클 수 있어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물가 언제쯤 잡힐까

예상을 한참 벗어난 높은 물가 상승세에 물가관리 당국인 한은 조차 두 손을 들고 있다.

널뛰는 환율과 유가로 물가가 언제 잡힐지 자신있게 예측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유가가 추가 상승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연말에 가서는 물가 상승세가 조금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년간 보았듯이 유가 등 원자재의 가격 동향이 워낙 예상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민간 연구소들도 올 4분기에는 물가가 잡힐 거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황 박사는 "최근 유가급등은 수급요인 뿐 아니라 달러화 약세에 따른 투기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 요인이 사라지면서 하반기에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물가 상승세가 3분기까지는 지속하겠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인한 달러 강세와 투기적 수요 긴축 등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도 고환율 정책을 수정하면서 환율도 하락해 4분기 이후에는 물가상승 압력이 둔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