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전 국회부의장)이 '칩거 모드'에 들어갔다.

13일부터 외부 인사들과의 면담 일정을 모두 취소했으며 오는 17일께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다.

대일 무역역조의 고질적인 원인인 부품소재산업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서라는 게 방일의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은 최근 정두언 의원의 '권력 사유화'발언으로 촉발된 '일선 퇴진론'을 비켜가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이 의원은 인적 쇄신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내주말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에 따라 체류 일정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이 의원 측은 설명했다.

인사가 진행되는 동안 아예 외국에 체류함으로써 '인사 개입설'을 일축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렇다고 정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 그룹에 백기를 든 건 아니다.

이 의원은 최근 권력 사유화 발언에 이어 일선 퇴진론까지 나오자 "이 사람들이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라며 역정을 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정두언 의원 등 당내 소장파들의 언행과 인적 쇄신을 둘러싼 당내 권력투쟁 양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을 만나 최근 당내 상황을 거론하며 "시국이 어렵고 엄중해 우리가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가야 할 텐데,일부 의원의 묻지마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고 안 의원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서로 사랑이 조금 부족했느냐.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려는 우리들이 성숙한 인격이 모자라는 것은 아닌지…"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