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사는 백모씨(87·여)는 지난달 18일 자다가 일어나니 갑자기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됐다.

한 시간 후 응급구조대에 실려 가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했다.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이었다.

뇌세포는 단 몇 분만 혈액공급이 끊겨도 손상을 입고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되살릴 수 없으므로 응급치료를 요하는 상황이었다.

백씨가 도착하자 15분 만에 뉴브레인팀의 손영민 신경과 교수가 응급실로 달려왔다.

이어 컴퓨터단층촬영(CT)과 각종 검사가 빠르게 진행됐고 막힌 뇌혈관을 재개통하는 약물이 주사됐다.

백씨는 팔다리의 마비가 호전되고 뇌내 혈액흐름도 원활해지면서 입원 후 9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기존 응급실은 야간에 환자가 찾아오면 레지던트가 가까스로 생명을 유지시켜 놓은 뒤 이튿날이 돼야 해당 질환의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에 따라 환자 가족들의 불만이 팽배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성모병원은 지난달 초 4개 전문 응급의료팀을 구성해 야간에도 당번을 맡은 교수급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응급실을 가장 많이 찾는 주요 위중한 질환을 신속하게 치료하기 위해 트라우마팀(외상 담당),뉴브레인팀(뇌졸중 담당),뉴하트팀(심근경색 담당),다증상내과계팀(내과질환 담당) 등을 구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최초의 진단이 나오면 전산시스템을 통해 10여초 만에 해당 전문응급의료팀을 삐삐로 호출하고 휴대폰으로는 10분 간격으로 응급호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다.

이러는 사이 환자를 진단하기 위한 검사 준비와 입원 절차가 동시에 이뤄진다.

뉴하트팀의 경우 이 시스템을 통해 심근경색 환자를 응급의료센터 이송 후 30분 안에 약물치료하고,90분 안에 중재시술할 수 있다.

문정일 응급의료센터장은 "한시가 급한 응급 상황에서 인턴 레지던트의 처치를 거쳐 전화로 일일이 담당 의사를 호출하고 하염없이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게 기존 응급실의 모습이었다"며 "4개 전문응급의료팀은 응급환자를 빠르게 치료함으로써 생존율을 높이고 후유증 발생을 최소화하며 환자 가족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ung.com